자영업에서 살아남기
자영업에서 살아남기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6.30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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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며칠 사이 유독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자영업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다. 각종 매체가 쏟아내는 내용들은 하나같이 우울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수는 546만3000명이다. 3년째 감소추세인데 1년 전에 비해 4만9000명이 줄었다. 

그런데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여 전체 자영업자 중 57.1%에 이른다. ‘베이비 부머’세대들이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인데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고 한다.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22.5%, 영국 14.2%, 독일 10.7%, 일본 8.8%, 미국 6.5%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산업연구원, 2013년 기준) 그런데 이 중 20%는 1년 이내에, 3년 이내에는 50%, 5년 내에 80%정도가 폐업하고 만다. 

드라마 ‘미생’중의 명대사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통계이다. 문제는 이들의 폐업이 단순히 개인의 폐업으로 끝나지 않고 1100조원대의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에서 살아남을 길은 없을까? 아니 성공하는 길은 없을까? 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는 청주시 우암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고기 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본래 성실한 탓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4년 만에 큰돈을 벌었다. 통장에 쌓여가는 저축액수에 비례하여 그의 허영심도 커갔다. ‘이제 쉽게 돈을 벌며 사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으로 음식점을 정리하고 조금 편안한 다른 사업을 시작했는데 6개월 만에 완벽하게 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맨손으로 다시 뛰어든 것이 칼국수 집이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덤볐다가 망했던 경험은 큰 교훈이 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식일수록 나만의 비법이 필요했다. 칼국수가 맛있다는 집은 전국을 찾아다녔다. 수백그릇을 맛본 후에야 비로소 칼국수의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밀가루 성질을 분석하고 연구하였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반죽의 농도를 조절하고, 면의 굵기와 길이를 정하는 일, 육수를 만드는 방법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일은 없었다. 손님들은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이런 작업들이 결국 음식의 맛을 결정하고 있었다. 그가 칼국수 집을 한적한 골목길에 내게 된 것은 번듯한 가게를 얻을 돈도 없었지만 이곳에서 맛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그리고 6년, 부부가 운영하는 그의 칼국수 집엔 손님이 넘쳐난다. 한번 찾아온 손님은 꼭 단골이 된다는 그의 말처럼 대부분은 단골손님들이다. 

그 손님들을 위해서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 음식점의 생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6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 한 끼는 자신이 만든 칼국수로 식사를 해왔다. 

맛을 점검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때문으로 느껴진다. 또 그의 오른손은 수난이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만두를 빚고, 콩 국물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콩 껍질을 벗기느라 힘을 주는 그의 손가락 마디들은 저녁이면 아프게 부어오른다. 때론 통증을 잊기 위해 손가락관절에 주사를 맞기도 하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그리고 성실함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이 칼국수 집 주인의 사례가 자영업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작은 교훈이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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