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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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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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리를 아시나요
윤 승 범 <시인>

동네에서 가끔 '돌부리'를 할 때가 있다. 마을 사람들 몇몇이 주도를 해서 소나 돼지를 잡는다.

그걸 나누어 갖는 것을 우리 동네에서는 '돌부리'라고 한다. 주인도 이익이고 나누는 사람도 시세보다는 훨씬 이익이다. 그 와중에 우수리들이 남는다. 간과 천엽도 그 중 하나다.

공터 한가운데서 갈비를 잘라 굽고, 구워지기를 기다려 천엽과 간을 저며 기름 소금에 찍어 먹는다. 그 맛이 고소하다. 워낙 분량이 적어 양껏은 먹지 못하지만 몇 점씩 집어먹는 맛은 그립다.

그윽히 취해 윷놀이도 하고 술도 몇 잔 더 들어 가면 이제 동네 잔치가 된다.

미국산 소고기 도축이 알려졌다. 담당 PD의 표현을 빌면 "지옥에를 갔다 왔다"고 한다. 산 것이 산 것을 죽이니 그 정경이 참혹할 것이라는 짐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의 먹이에서부터 문제가 심각하다.

닭과 돼지의 육질을 소에게 먹이고 소의 육질은 닭과 돼지에게 먹인다. 그렇게 교차 사육시킨 소를 1시간에 400마리씩 도살을 한다. 당연히 위생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광우병의 위험까지도 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아직도 '육회'가 메뉴에 있고, '간'과 '천엽'은 으레 날 것으로 먹어야 하는 줄 안다.

그러나 외국산 농축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하여 팔리는 현실을 볼 때 문제는 심각하다. 수입을 금지하든지, 아니면 수입 과정에서 방역 검사를 철저히 하든지, 아니면 유통에서의 안전을 확보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FTA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수입을 해야 할 것이고, 수입을 했으나 검사를 제대로 할 장치가 없으니 유통이 될 것이다.

유통 뒤에는 수입과 국산의 진위를 가릴 수 없으니 국민들은 어느 동네 소를 먹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겉면에 붙인 표딱지만 믿고 먹어야 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정지용의 '향수'

그런 얼룩배기 황소는 이제 없다. 두어 평 공간에서 고기가 질겨지지 않도록 사육되면서 닭고기와 돼지고기에 항생제를 섞어 만든 사료를 먹고 살다 9초에 한 마리씩 도살당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소고기 밖에는 없다.

이렇게 쓰다보니 도대체 결론이 뭔지를 모르겠다. 채식을 하자니 아쉽고 육식을 하자니 서럽다.

어찌 사는게 잘 사는 것인지 자꾸 되묻게 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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