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팬(fan)이 안내하는 열하일기
연암 팬(fan)이 안내하는 열하일기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5.06.2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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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내 기억에 ‘연암 박지원’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때는 고등학교 역사 시간과 국어 시간이다. 북학파의 의미도 모른 채 외웠던 이름 중에 ‘박지원’이 들어 있었고 ‘호질’이 ‘열하일기’에 수록된 이야기라는 것을 모른 채 양반전, 호질, 열하일기를 각각의 작품으로 외웠던 것 같다. 

이렇게 피상적으로만 접하던 연암 선생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간서치(看書癡)로 유명한 이덕무 선생과 그의 친구들을 소개한 책에서였다. 나이 차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을 매개로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벗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그러다가 인문학 공부를 함께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열하일기’를 읽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완역본을 찾아보니 베개로 쓰기에 적당한 두께의 책이 총 세권이나 된다.

“우리가 읽을 수 있을까요?”, “혼자 읽으면 끝까지 읽기 힘들지. 하지만 함께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선생님의 강력한 권고로 완독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함께 읽는다고 해도 이렇게 두꺼운 책 읽기로 직행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열하일기를 읽고 싶게 만들 만한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우리에게 낙점된 책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의 저자 고미숙씨는 열하일기의 열혈팬이다. 

책 전체가 연암 선생과 열하일기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칭찬만 가득하니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이 책이 연암 선생과 열하일기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정조의 문체반정, 청왕조가 주자주의를 받아들인 이유, 북벌론과 북학파, 조선 후기 과학기술과 천주교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 등 열하일기를 둘러싼 역사적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열하일기는 연암 선생이 중국 황제의 만수절 사행단에 끼어 청나라를 다녀온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사행단의 애초 목적지는 연경(지금의 북경)이었으나 황제가 피서산장인 열하로 거처를 옮기는 바람에 사행단의 여정은 열하까지 연장된다. 험준한 산과 물을 수도 없이 건너야 하는 고된 여정을 거쳐 연암 선생은 열하에 도착한다. 연암 선생은 열하에 이르는 긴 여정 속에서 틈나는 대로 잠행을 시도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여정 속에서 만난 모든 것을 유연하게 기록해 나간다. ‘산천, 성곽, 배와 수레, 각종 생활도구, 저자와 점포, 서민들이 사는 동네, 농사, 도자기 굽는 가마, 언어, 의복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연암 선생의 열하일기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열하일기는 바로 그런 유목적 텍스트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다. 게다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다채로움은 또 어떤가.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가 하면, 때론 장중하고 또 때론 한없이 애수에 젖어들게 하는 말하자면 멜로디의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는 텍스트 그것이 ‘열하일기’이다.”

여름방학 동안 열하일기 완역본을 읽을 예정이다. 완역본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찾아보고 싶은 부분은 연암 선생이 만수절 행사에 모여든 온갖 이민족의 기이한 행렬을 목격하며 놀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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