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디오게네스의 등불’
중소기업을 위한 ‘디오게네스의 등불’
  • 정재환 <중소기업진흥공단 충북지역본부장>
  • 승인 2015.06.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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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정재환 <중소기업진흥공단 충북지역본부장>

중동발 메르스의 파괴적인 피해 실황과 충주댐의 낮은 수위가 대변하는 극심한 가뭄은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이런 상황은 현재 내수경기 위축, 엔저와 수출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 실상과 묘하게 닮은 모습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은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 위기의 근원을 살펴보면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양면성을 다 가지며 별 전조증상 없이 살짜기 다가오므로 보통사람인 우리가 그 존재를 인식하는 건 주로 발생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런 만큼 가능하다면 위기란 예방이 제일이고, 접근 시점이라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차선책이리라. 

위기의 방지나 예측·회피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유능한 인재뿐이라서 예로부터 지도자는 훌륭한 스승이나 참모를 가까이 두었다. 예컨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현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를 구했고, 촉한의 유비는 제갈량의 마음을 얻고자 삼고초려의 예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날 기업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복잡다단한 정보 취득과 의사 결정의 기로에서 CEO의 개인 역량에만 의존하다가는 자칫 그릇된 판단을 범할 수 있는 만큼 핵심인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며, 조직 규모가 단촐한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솝 우화에서 교훈을 얻자면 늑대라는 위기가 다가오기 이전에 튼튼한 울타리를 쌓거나 최소한 늑대의 접근을 제때에 인식하고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외칠 수 있는 ‘진짜 양치기 소년’이 필요하다. 기업의 양치기 소년은 연구개발, 생산, 판매, 조직관리 등 다양한 부문의 핵심인재로서 그들의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다.

연간 40만명에 이르는 대학졸업생 및 100만명의 취업준비생 청년들 모두가 기업을 위한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의 관심은 주로 공무원이나 공기업,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쏠려 있으니, 그 시선을 좋은 중소기업으로 안내하고 안착시키는 것은 오롯이 기성세대의 몫이다. 중소기업의 좋은 친구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근무하기 좋은 중소기업과 청년을 맺어주는 중매쟁이 노릇에다 청년들이 유능한 일꾼으로 거듭나게 양육하는 현장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왔으며, 새로이 그들의 열정에 응분의 보상을 제공하려는 지원책으로서 2014년 8월부터 ‘내일채움공제’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핵심인재가 5년 이상 장기간 근속하는데 일조하기 위하여 기업과 핵심인재가 공동으로 적립하는 공제금을 목돈으로 키워 성과보상금으로 되돌려주는 이 방안은 출범 후 10개월만에 가입자가 이미 5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하찮은 나무통 속에 살면서도 “소원을 말해 보라”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위세에도 당당히 “햇볕만 가리지 말아주시오”라고 응대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나는 지금 인간을 찾고 있다”면서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녔다는 일화가 시사하는 바 크다. 중소기업들도 맞춤형 ‘양치기 소년’은 저절로 넝쿨 채 굴러오는 호박이 아니라 잘 찾고 잘 기르고 아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내일채움공제’가 핵심인재를 갈구하는 중소기업들의 열망에 동반하려는 ‘디오게네스의 등불’이자 핵심인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햇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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