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저문 6월에
2015년 저문 6월에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6.24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2015년 6월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을미년 청양의 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 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상사가 서글프고 답답합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도 아닙니다. 호국보훈의 달 때문만도 아닙니다.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 불리는 사나운 전염병 메르스와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극심한 가뭄 때문입니다.

호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넋을 추모하기는커녕 메르스에 휘말려 정신없이 보내버린 6월이었습니다. 

나라가 온통 메르스로 시작해 메르스로 끝나버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6월입니다. 

2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30여 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으며, 1만여 명이 넘는 격리자가 불운과 고통을 당했습니다. 

메르스가 겁이나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고, 학교도 쉬고, 계획된 행사와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관광업계는 물론 대중음식점과 영화관을 비롯한 대중소비처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요우커들로 북적이던 명동거리와 제주도와 면세점들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고, 개막을 앞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선수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이후 회생기미를 보이던 경제는 뒷걸음치고, 그동안 축적했던 국가이미지와 브랜드에 치명상을 안겼습니다.

초기 의료진의 미숙한 대처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불러온 인재이자 난리입니다.

다행히 메르스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종식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합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는 물론 신속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하고, 민방위 훈련하듯 대국민 교육도 해야 합니다.

기상관측 이후 최악이라는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가 6월 한 달 내내 민초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폭염에 농작물은 타들어 가는데 눈물샘이 말라버린 세상인심만큼이나 비는 오지 않고, 저수지와 강과 댐들도 말라붙어 제때 용수공급을 못하니 초목도 울고 농심도 애가 타 웁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습니다.

곳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며 하늘에 비를 청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들도 가뭄극복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으니 곧 단비를 흡족히 주리라 믿습니다.

농업, 농촌, 농업인이 건강하고 활력 있어야 도시와 도시인들이 행복해집니다. 그러므로 신음하는 농촌과 농업인들을 도와야 합니다.

농촌일손 돕기, 우리 농축산물 애용하기, 양수기 보내기 등 방법은 많습니다. 

장마철이 오고 있습니다.

빗물을 지혜롭게 잘 가두어 내년 가뭄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물 부족 국가라는 낙인이 찍힌 나라의 백성들입니다. 

당연히 물 절약도 애국입니다. 

물을 물 쓰듯 하면 패가망신하고, 물을 돈처럼 아껴 쓰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 돈 내고 내 물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 하면 공동체는 고통을 겪습니다.

아픔을 준 6월이 가고 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하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합니다. 아픈 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사회를 꿈꿉니다.

그대 또한 아픈 만큼 성숙하리란 믿음이 있습니다. 메르스와 가뭄과 무더위에 혼쭐나 6월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능소화, 패랭이꽃, 기린초, 강아지풀들에게 고운 눈길 한번 주지 못했습니다. 그립고 고마운 이에게도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아 정말 미안합니다. 

그래도 그대가 있어 또 내일을 맞이합니다.

저물어 가는 6월을 부여안고 메아리 없는 그대 이름을 부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