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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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5.06.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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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책미소 독서 동아리에 참여한 지 5년이 지났다. 바쁜 일상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읽고 토론하며 건조한 삶에 조금은 활력소가 되었다. 

6월 토론도서는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인 탁현규가 쓴 ‘그림소담(디자인하우스)’이다. 

책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씩 골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몇 명의 회원이 김득신의 ‘어옹치수(어부가 취해 잠들다)’를 선택했다. 강에서 통발을 베고 누운 두 명의 어부가 술에 취해 잠이 든 모습의 그림이다. 고된 업무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그림으로 표출되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이 평생에 걸쳐 모은 문화재와 유물 5000점을 보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자 박물관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이 있듯이 간송 미술관에는 조선시대의 생활상, 선비들의 풍류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책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윤복, 정선, 김홍도, 이인문, 김희겸 등의 대표적인 작품 30점을 소개한다. 저자는 꽃, 보름달, 해돋이, 봄바람, 소나무, 동락, 풍류 등의 주제로 나눠 그림 속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냈다.

김홍도가 소탈함과 익살이 깃든 서민의 일상을 그림의 소재로 다뤘다면 신윤복은 양반가의 풍류나 남녀 간의 연애, 향락적인 생활을 주로 그렸다. “사랑채 연못에 연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좋은 때가 왔다. 갓 쓰고 도포 입고 친구 집으로 모여들어 후원에 자리를 깐다. 기생이 빠지면 이 아름다운 모임을 완성할 수 없다. 선비 셋, 기녀 셋이 연못 옆 잔디 위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금 가야금 소리에 서로 말을 잃었다. 가야금 소리는 솔바람과 연꽃 향기와 한데 섞여 마당에 가득하다. 이런 무아지경에 담배 한 대 물고 나니 흥은 더욱 짙어진다.” 신윤복의 그림 중 하나인 ‘청금상련’을 묘사한 글이다. 신윤복 그림에 귀 기울이면 인물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저자의 표현처럼 그의 그림은 살아 움직인다.

우리나라 소나무 그림의 일인자인 겸재 정선의 화풍은 후배 화가인 김희겸, 김홍도, 이인문으로 이어진다. 겸재의 소나무는 솔잎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그리거나, 먹 점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그윽한 멋을 더해준다.

김득신, 김희겸, 이도영 등의 화가는 문장가와 시인이 노래한 글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도영은 당나라 시인 왕유의 시 ‘죽리관(그윽한 대숲 속 홀로 앉아, 거문고 타고 다시 길게 읊조린다. 깊은 숲이라 사람은 모르겠지만, 밝은 달 찾아와 서로 비추네)’을 멋진 그림으로 표현했다. 시가 그림이 된 것이다. 

저자의 문학적인 감수성으로 풀어낸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다. 당대의 화가들은 그림을 마치 일인 듯, 놀이인 듯 그렸다. 

특히 신윤복, 김득신, 김홍도의 그림에는 화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그림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고 그림 보는 눈을 조금은 키웠다. 일 년에 두 번만 개방한다는 간송미술관에 가고 싶다. 다음 독서토론 모임에는 인근의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신영복의 ‘담론’을 읽고 토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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