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시민운동」스티커 유감
「아이도시민운동」스티커 유감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6.16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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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지난주 청주시 상당구청에 다녀왔다.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화장실에 들렀는데 변기 앞에 낯선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분홍색 바탕에 ‘아이도 하는 내 집 앞 청결운동’「아이도시민운동」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고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 어린이들에게 공중도덕과 시민정신을 심어주는 참신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변기 앞에 서서 찬찬히 내용을 읽어 보았다. 

‘우리 모두 함께해요’라고 쓴 말풍선 안에는 하나, 누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지 감시하기 / 둘, 내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를 스스로 청소하기 / 셋, 우리 마을 쓰레기 취약지는 이웃과 함께 힘을 모아 청소하기 / 넷, 쓰레기 배출시간 잘 지키기 / 다섯, 생활쓰레기, 재활용쓰레기 분리하여 가지런히 놓아 수거하기 쉽게 배출하기 등 다섯 가지의 다짐이 적혀 있었다. 읽으면서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필이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 누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지 감시하는 일이라니. 어린이들에게 남을 감시하게 시키는 일이 온당한가싶어 주관하는 단체에 전화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스티커에는 주관단체의 명칭이나 연락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연락처를 찾느라 스티커를 꼼꼼하게 다시 읽어보면서 ‘아이도’가 우리말 ‘어린이도’의 의미가 아니라 autonomous/자율적인, illegal/불법, dump refuse/쓰레기투기, observers/감시단의 영어스펠링 첫 글자 a, i, d, o를 따서 만든 말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영어 뜻 그대로 라면 ‘불법 쓰레기 투기를 자율적으로 감시하는 단체 정도’가 되는 것이다. 어떤 단체이기에 내 집 앞을 청소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영어의 첫 글자를 따서 신조어를 만들고 캠페인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아이도시민운동’은 청주시 상당구청이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고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선진 시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추진하는 특수시책사업으로 지난 5일에는 1천여 명의 단원이 참여하여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뜬다. 상당구청은 발대식을 시작으로 단원들과 함께 아이도시민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쓰레기 투기 취약지에 아이도 단원 책임구역제를 실시하고 단원들과 함께 자율청결활동, 시민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하여 시민 주도형 행정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쓰레기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물론 도시와 농촌을 가릴 문제도 아니다. 

또 국경을 가릴 일도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꼭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일을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해 나가면서 시민운동으로 확대해 가자는데 토를 달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권장하고 따라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아이도시민운동」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얼까? 일반적으로 5가지해야 할 일을 나열할 때 첫 번째 항목에 가장 중요한 일을 놓기 마련인데 첫 번째 할 일이 ‘누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지 감시하기’라는 문구는 자율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지나치게 관 주도적이라는 인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유나 경위야 어쨌든 깊은 고민과 좋은 취지로 시작된 사업일 터이니 성공적인 시민운동이 되길 바란다. 그런 뜻에서 한마디 거든다면 ‘아이도’의 우리말 의미를 제대로 살려 어린이들에게도 깨끗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시민운동의 본질을 가르치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다양한 생각들을 모으는 꾸준한 소통을 통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운동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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