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6월
아픈 6월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5.06.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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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수필가>

6월이 아프다. 

65년 전 6월의 고요한 새벽, 갑자기 총성이 울리더니 급기야 탱크가 몰려와 아침의 평화를 깨고 형제간에 큰 다툼이 일어났다. 6월은 이 싸움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수많은 이웃과 친구를 잃은 아픔의 상처로 해마다 한 차례 붉은 장미꽃으로 슬픔을 토하며 아픔을 잊으려 했다.

아픔을 준 형제는 반성의 기미는커녕 오히려 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며 위협을 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어 원망하는 마음이 날로 치솟았다. 슬픈 기억으로 마음이 아픈 6월은 잠시 방심한 사이 설상가상으로 5월이 옮겨 준 ‘메르스’라는 놈의 침입으로 고열과 기침이 나며 온몸이 쑤시고 아픈 중병을 앓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6월의 이웃들이 활기를 잃은 채 바쁜 걸음을 걷고, 서로의 눈 맞춤을 피하며 행여 병이 전염되지는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로 몸을 사린다.

아픈 몸을 치료해주던 의사도 병이 나서 의식을 잃었으며 병문안을 왔던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도 병이 옮겨져 아픈 몸과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겨 고통을 더해 준다. 그러나 치료에 빠른 명약이 없으며 심하면 회복이 어려운 공포까지 함께 엄습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의료진들은 6월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치료에 힘쓰고, 전염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메르스’란 놈이 워낙 질기고 마음이 고약하여 마주 보거나 스치기만 해도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며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잡기가 어렵다.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되는 놈이었는데 5월의 안일한 판단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가족과 친지가 아파도 돌 볼 수 없는 엄청난 혼란과 불행이 닥쳐 슬픔에 빠뜨렸다.

시원한 빗줄기가 세차게 매를 들어 심술을 부리는 ‘메르스’를 벌주었으면 좋겠는데 웬일인지 빗줄기마저 망설여 안타깝고 소리 없는 위로를 보내는 산야의 목마름이 애처롭다.

연일 소식을 전해주는 기운 없는 목소리에서 행여 그놈을 잡았는지 기대하던 이들에게 우려와 원망의 소리가 높아지며 시름이 깊어진다.

초기의 병을 앓고 6월에게 병을 전염시킨 5월은 미안한 마음으로 꼬리를 감춘 채 추이를 지켜보고 행여 병균의 침입으로 아픔을 겪을지도 모르는 7월은 초조한 마음으로 쾌유를 빌고 있다.

유비무환의 깊은 뜻을 실감하는 6월, 어렵고 힘든 이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실속 없는 논리로 얼굴을 붉히지 말고 내 탓도 네 탓도 아닌 모두의 실수임을 인정하며 총력을 기울여 하루빨리 아픈 6월을 치료하고 회복시켜 혈기왕성한 7월에는 푸른 산과 바다에서 마음껏 즐기고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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