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극복 잘 하고 있나
가뭄극복 잘 하고 있나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6.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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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4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한반도를 옥죄고 있다.

메르스라는 신종 전염병이 번져 나라가 온통 난리법석인데 가뭄까지 덮쳤으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정부와 지자체와 의료진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한마음 한뜻이 되면 충분히 종식시킬 수 있지만, 하늘이 내린 가뭄은 나라님도 어찌할 수 없는 대재앙이다.

메르스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지만 수천 명의 격리자와 수백 명의 확진자 그리고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내고 곧 종식될 것이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학습효과도 커 향후 어떤 신종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초기에 제압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뭄은 뭇 백성들을 기아와 굶주림으로 몰고 가는 고통 그 자체이다. 

수만 명의 아사자와 고난을 안겨준 북한의 지난 가뭄사태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강수량이 동기대비 평년의 절반 수준이어서, 농사의 젖줄인 저수지가 거북등 같은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고, 용수의 마지막 보루인 댐들마저 사상 최저수위로 떨어져 수량이 반 토막 나고 설상가상으로 녹조류까지 덮쳐 심한 몸살을 겪고 있다. 

이러다가 농·공업용수는 물론 식수마저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이처럼 물기근사태가 국가적 재난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그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슨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 

가뭄이 들면 농업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내기한 논엔 모가 말라비틀어지고, 정성들여 파종한 밭작물들은 고사되거나 정체되어 있으니, 농심은 숯덩이가 된 채 실의와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여 며칠 전 ‘단비야 내려라’라는 제호의 칼럼을 써서 비를 간절히 청했는데, 고맙게도 그날 밤에 비가 내려 간신히 목만 축였을 뿐 갈증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해 타는 목마름은 변함이 없다. 

사실 이번 가뭄은 지구의 기상이변 흐름상 충분히 짐작이 가는 예고된 가뭄이었다. 

이를 대비해 수자원공사와 농업기반공사가 댐과 저수지에 물을 더 많이 비축하고, 국민들이 물 소비를 좀 더 절약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리 했더라면 영농역량이 뛰어나고 위기대처에 내공이 깊은 농업인들이기에 능히 극복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농업과 농촌, 농업인들의 건강과 행복은 도시와 도시인들에게도 건강과 행복의 바로미터이다. 

그러므로 가뭄에 허덕이는 농업과 농업인들을 살려야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해 지자체와 함께 범정부적으로 가뭄극복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 부족은 농림축산식품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나라이다. 

그런 만큼 임시 땜질처방 대책이 아니라 보다 항구적이며 지속가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양수작업을 비롯한 농촌일손 돕기나 가뭄피해 지원 등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가 공조 협업하고, 농업기반공사는 저수지 뚝 높이기 사업 등으로 물 저장용량을 늘린 만큼 저수지준설 작업을 서둘러 적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효용성 있는 저수지로 거듭나게 하라. 

수자원공사는 앞으로 내릴 빗물을 잘 저장해 댐의 수위를 적정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환경부는 상수원보호구역의 수질을 상급수로 만드는데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수자원이 부족하면 마땅히 물을 절약해야 한다. 

절수 또한 제2의 물 생산이니 범국민적인 물 절약 캠페인을 펼치고, 숲 가꾸기 사업을 비롯한 관련 사업과 시책들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바란다. 

가뭄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도 이 일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정부와 지자체들의 가뭄극복대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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