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의 표절의혹 대처법은
총장님의 표절의혹 대처법은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5.06.1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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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영호 교통대 총장의 논문표절 판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판정 결과가 어떻든 간에 교통대는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의 박사학위논문 표절 여부는 수여 기관인 성균관대학교에서 가려야 하는게 정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이 나서 자기 ‘치부’를 드러내보일리는 만무하다. 물론, 표절을 했다는 전제에서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논문표절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김 총장도 국립대 총장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논란의 주인공이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을 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학계에서 이런 논문표절 논란은 ‘다반사’란 사실이다.

논문을 쓰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표절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이들은 연구라는 이름 아래 많은 사람들이 원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메모나 다른 문건들을 베껴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주장한다. 여기에 여러 출처에서 정보를 조합해 짜깁기 식으로 하나의 문서를 창조하는 ‘영리한 표절자’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한편으로는 그 자체로 우수한 학문적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즉, 표절자는 학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처벌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지다.

사실 기자수첩을 쓰면서 고백하자면 방금 전 단락은 표절이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인류학과 어빙 헥삼(Irving Hexham) 교수의 글 중 일부다. 헥삼 교수는 ‘자기표절(self-plagiaris

m)’과 같은 연구부정행위 문제를 선구적으로 문제시해 온 학자 중 한 명이다. 

헥삼 교수는 본 글을 통해 표절 청정 국가로 알려진 북미 국가들(미국, 캐나다)조차도 막상 표절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대학들이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한 추태를 준엄하게 고발하고 있다. 아, 이제 출처를 표기했으니 표절은 아닌게 됐다.

얼마전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의학공학부 정순철 교수가 레이저를 이용한 촉감 구현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화제가 됐다. 이런 소식은 정 교수가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s)에 연구결과(논문)를 게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정 교수의 논문은 기존 기술의 본질적 한계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누가 봐도 이 논문은 표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학의 교수라는 직업은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를 말한다. 일명 ‘박사’로 통한다. 

하물며 이런 박사학위를 받는 논문이 표절이라면 아니 표절이라는 의혹을 받는다면 더욱이 논문을 작성한 자가 국립대학의 총장이라면 그 짐을 ‘홀가분’하게 내려 놓는 것이 총장으로서의 책임일 수 있다. 총장이 꼭 학자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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