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하기 하나도 하나
하나 더하기 하나도 하나
  • 임현택 <수필가>
  • 승인 2015.06.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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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수필가>

가뭄임에도 변덕스런 날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방문, 어르신들의 고충·격려·위로를 위해 방문상담을 하는 날이다. 아침 내내 따갑게 내리쬐던 햇볕이 금새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둠이 내리는 양 흐릿해진 하늘이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이 쏟아질 아이 얼굴처럼 울상이다. 검게 물드는 창문 밖 날씨가 신경이 써지는지 어르신은 엉덩이를 밀며 현관 쪽으로 이동하신다. 점점 흐릿해지자 어르신은 우리들의 노인 장기요양 복지상담보다는 밖에 계신 이쁜이 할머니의 안부가 더 궁금하신 모양이시다. 

대문 안쪽에 조곤조곤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부선하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꿍꽝거린다. 아마도 빗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아침나절에 모아둔 파지를 정리하느라 아수라장인 모양이다. 푹 눌러쓴 모자는 얼굴조차 보이질 않는다. 어르신은 당신 상담보다는 외려 밖에 계시는 이쁜이 할머니한테 온 신경을 쓰시느라 대답도 건성건성 더 몸달아 하신다. 

어르신은 관절염이 심하여 일어서질 못해 일상생활을 실내에서 보내며 또한 천식으로 인해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많이 움직이질 못하고 계신다.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 도움을 받아 볼일을 보시며 독거생활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못하고 계신 분이시다. 

오전에는 방문요양서비스를 받고 계신다. 불편한 몸으로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한쪽 팔을 짚고 엉덩이를 밀고 겨우겨우 안전 손잡이를 잡고 변기에 앉는다. 몇 발자국도 안 되는 거리를 여름날 땀 흘리듯 흘리며 어렵게 이동을 하고 계신다. 

하루일과 중 겨우 오전만 방문서비스케어를 받고 계시다 보니 나머지 일과 대부분 도움을 밖에 계시는 이쁜이 할머니가 수족이 되어 움직이고 계신 것이었다. 말이 이쁜이 할머니이지 그분 또한 머리가 허연 할머니이시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그저 이웃일 뿐인데 황혼 길에 서로 만나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 위로해주고 위로받는 한 몸으로 생활하고 계신 것이다.

어르신은 세상일에 만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 상태와 처지를 한탄하며 우울감에 몸살을 앓는 날이면 눈치 빠르게 위로해 드리고 누군가가 어르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일인양 잘못을 깨우쳐 뉘우치도록 이쁜이 할머니는 바로 응징을 한다. 모두가 귀찮아하고 못 본 척 눈감아버리는 세상.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들도 휠체어를 태우고 산책하는 횟수는 물론 발길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읽어주고 담아주는 눈과 귀, 할머니의 분신 같은 짝꿍 이쁜이 할머니, 어르신의 애칭이며 어르신의 분신이다.

이웃사랑으로 연결고리가 맺어진 이쁜이 할머니와 어르신, 서로 신체기능유지증진은 물론 정서지원을 함으로써 희망을 안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황혼이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의 긴 그림자, 황혼을 향해 달음질치는 나이지만 두 손을 잡고 쉬엄쉬엄 걸어갈 짝꿍 바라기가 있으니 노년의 길이 아름다운 황금빛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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