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이유
사회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이유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5.06.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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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첫 번째 감염자가 확인된 지 22일째인 11일 현재 확진환자 수는 108명으로 1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수는 9명으로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초기대응의 부실 논란으로 시작해 컨트롤타워 부재, 부처 간 엇박자 등의 문제점 노정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된 미국 방문일정(14-19일)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처럼 ‘무능정부 프레임’으로 비판여론이 흐르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왜 이렇게 엄청난 사태가 터지고 또 터질까? 2003년 중증급성호흡가증후군(SARS·사스) 사태를 전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완벽하게 극복한 의료선진국 한국에서 말이다. 작년 ‘세월호’ 사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양경찰 이하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선박운항 관리매뉴얼 등이 어느 선진국가 못지않게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안전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드웨어는 완벽한데 소프트웨어는 작동이 안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 연유를 우리 사회 시스템을 친자본 세력들이 자꾸 이기적 금전만능주의로 바꿔놓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불평등은 확산, 심화되어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움직이는 사회구성원 간의 공동체 참여의식이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세상사 모든 가치관이 돈으로 환산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공사장의 장인정신, 병원 의료인의 인류애, 직장에서 열의를 다하는 소신과 긍지, 애사심, 더 나아가 애국심 등은 멀어지고 개인적 이기심, 즉 돈의 수령액만큼만 사회 안전관리 상의 참여도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문제, 즉 사회 안전시스템 구성원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현상의 발생은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을 참고해 볼 때 크게 2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첫째로 칼 폴라니(Karl Polanyi)가 그의 책 <거대한 전환>을 통해 지적했듯이 개인적 이기심 발로가 합리적이라는 기존의 주류경제학에 근거를 둔 자본주의가 오버하여 상품화해서는 안 되는 것들까지 상품화했기에 그 자체로 불안정하고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타인에 대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애정까지, 아니 사회제도 전반을 화폐단위로 상품화 관리하였기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안전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둘째로 한 가지 관리기준으로는 ‘링겔만 효과’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가득찬 개인적 이기심과 화폐단위 환산방식 도입의 만용은 결국 이들 신봉자들을 능력자로 그리하여 그들을 사회적 부유층으로 만들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능력자와 빈곤층으로 남게 됐다. 

100여년 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줄다리기 게임 실험에서 집단에의 개인 공헌도는 1명일 때 100%, 2명일 때 1인당 93%의 힘만 발휘하고 3명일 때 85%, 4명일 때 49%의 힘만을 발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무시하고 한가지 가치만을 강조하고 들이대면 집단 내 구성원 스스로 존재 의미나 가치를 갖지 못해 개인의 몰입도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려면 돈 중심의 가치 하나가 아닌, 인간 상호 간의 신뢰를 형성케 하는 다양한 이타적 가치관 제고 방법이 통치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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