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마지막 날
  • 김희숙 <수필가·산남유치원교사>
  • 승인 2015.06.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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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희숙 <수필가·산남유치원교사>

그들을 석달째 보고 있다. 사전 실습기간부터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오늘은 그들과 공식적으로 보는 마지막 날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실습 일정이 오늘로 마무리된다. 서원대학교 학생 2명이 꽃 바람이 가득 불던 3월의 어느날 우리 반에 교생실습을 나왔었다. 그들은 청춘의 향기를 가득 품고 풋풋한 시간의 내음을 풍기며 교실을 왔다 갔다 했다. 

처음 며칠간은 참 불편했다. 누군가의 시선을 두고 수업을 한다는 것. 그들이 비록 내게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의 향기를 준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없는 것처럼 그들을 의식하지 않고 수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우리 반은 특수아 2명이 매일 통합교육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그동안에도 특수아를 지원해 주는 선생님을 항상 곁에 두고 수업을 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나와 연배도 비슷하고 교육 경험도 많기 때문에 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내게 온 실습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가며 수업을 참관했다.

두달이 지나고 그들은 부분 수업을 했다. 난 말을 아꼈다. 나는 단지 그들에게 산파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들이 도달해야 할 점을 제시해주고 그들의 수업방향을 설정해주어 스스로 목표점에 도달하고 스스로 수업을 완성해 갈 수 있도록 조력을 하고 싶었다.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그들에게 난 그동안 교실에서 본 수업을 토대로 마음껏 수업을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것이 처음이 갖는 특권이고 매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어제로 흘렀다. 드디어 부분수업만을 하던 그들이 온종일 수업을 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제법 능수능란하게 아이들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들의 수업에 관해 수업목표의 도달 정도, 수업매체의 효과적인 사용, 아이들의 참여도, 교사의 수업 행동과 설명, 발문 및 언어적 행동들의 관점에서 조언했다.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안다. 그러나 조금 더 산 선배로서, 수업을 조금 더 해본 교사로서 이론과 실제를 가미한 설명을 했다. 

오늘, 실습 마지막 날이다. 수업을 마치고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이들에게 그들이 마지막이어야 하는 이유와 이곳에서 함께한 시간들의 의미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비해왔다. 양말이다. 아이들에게 양말을 준비하고 하나하나 손 편지를 써서 양말에 넣어온 마음이 참 기특하고 예쁘다. 한 아이가 슬프다며 훌쩍거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눈을 만지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이 그들의 다리를 잡고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며 놓아 주지 않는다. 일부 아이들은 교실 문 앞에서 문을 잡고 열어주지 않겠다며 운다. 그들도 함께 운다. 그간 지냈던 여러 가지 빛깔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으리라. 헤어지는 것은 또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어떤 시인의 말을 인용하여 아이들을 달래며 그들에게서 떼어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길 바란다. 눈시울을 붉히며 멈칫거리는 그들에게 소리 없이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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