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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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6.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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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고영민
 
산 밑 언저리가 검게 그을려 있다
밭둑에 잠깐 풀어놓은 불이
산으로 도망치려 했던
흔적이다
 
밭주인은 생솔가지를 꺾어 불을 얼마나 두들려 팼을까
벌떡이던 심장,
꼬리 끝까지 참 말끔하게도 죽였다

누가 목줄을 당기던 바람을 보았다 했나
타다 만 발자국이
아직
마른 숲 쪽을 향해 있다.
 
※ 농부의 손길은 들판에서 시작됩니다. 거무스름한 저녁 노을을 타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뭇 생명은 사라지기도, 품어지기도 합니다. 이따금 마주치는 검게 탄 불 자리가 내심 불편했던 것도 사라짐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불을 잡아끌던 바람의 자리까지 검게 드러나는 들녘. 비라도 촉촉이 적셔주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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