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이요, 내 탓입니다
네 덕이요, 내 탓입니다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5.06.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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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사람들이 자기의 잘못은 헤아리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을 탓하는 까닭은 두 눈이 밖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등잔불은 주위를 밝게 비추면서 그 밑이 어둡고 눈은 자기 눈을 보지 못한다.

공자님은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살피라고 하셨다. 

말씀하시기를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함이 있으니 정곡을 놓치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찾으라.”(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고 하셨다.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지 못한 것은 활의 책임도 아니요, 화살의 책임도 아니며 과녁의 책임도 아니다.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한 것은 활을 잘못 쏜 사람의 책임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 군자가 해야 할 도리다.

공을 세우기도 어렵지만 자기가 세운 공을 남에게 돌리기란 쉽지 않다. 

또한 남의 잘못을 자기의 탓으로 인정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요즘 세상은 어떠한가? 정부와 지자체, 여당과 야당이 잘못을 상대편에 돌리는 일이 많아졌다.

가족끼리 다투면 그 가정이 무너지고 정부와 지자체, 여야가 책임을 상대편에 돌리면 국민들이 힘들어 진다. 

선거 공약이 지켜지고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야 국민들의 삶이 편안해진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내 덕입니다”하고 말하는 사람 보다 “내 탓입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누군가 내게 경우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할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하여 나 자신을 살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 수는 없을까?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를 뒤돌아보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눈이 자기의 눈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이순신 장군은 마음에 원망이 없고 지와 덕을 겸비한 성장(聖將)이라고 하셨다. 

말씀하시기를 “이(李) 충무공은 그 마음 쓰는 것이 도가 있었도다. 편안하고 명예스러운 일은 다른 장군에게 돌리고, 어렵고 명색 없는 일은 자신이 차지하여 위를 섬김에 충성을 다하였고 아래를 거느림에 사랑을 다하였다.”(대종경 인도품52장)고 하셨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우리는 성웅(聖雄)이라 부른다. 

그가 왜 성웅인가? 마음 가운데 성인의 심법(心法)이 갊아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의 기도문 가운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기도문이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지은 많은 죄, 신자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모두 자신의 탓임을 자각하는 기도라 생각된다.

‘잘되면 내 덕이요,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사고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당신 덕에 그 일이 잘되었음을 감사하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남을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살필 여유가 없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남에게 나누어줄 행복이 없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이 색안경을 끼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모두가 당신 덕이요, 내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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