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로 본 오너(설립자)경영의 한계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로 본 오너(설립자)경영의 한계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6.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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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충북의 6개 대학이 하위그룹에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2단계 평가에서도 살아나지 못할 경우 당장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혀 정원 감축은 물론이고 학교운영에 치명적인 각종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번 결과는 단순 숫자적 비율에서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충북도내 10곳의 4년제 대학 중 무려 60%나 하위그룹에 속함으로써 지역대학의 경쟁력이 이미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위그룹으로 선정된 전국 30여개 대학에서 충북이 6개교나 차지한다는 현실 또한 쉽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 공식처럼 따라다니는 전국 대비 충북의 각종 지표가 3%임을 감안하면 한 두개 대학도 버겁게 느껴져야 정상이다.

하위그룹에 속한 전국 부실대학의 면면을 보면 지역 사립대학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충북에서도 대표 사학인 청주대와 영동대가 이번 1차 평가의 하위그룹에 속함으로써 오너 즉 설립자 가족이나 후손들에 의해 운영되는 사립대가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청주대는 설립자의 3세, 영동대는 2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두 대학 뿐만 아니라 지역의 서원대와 충청대 또한 오너 및 2세 체제를 굳히는 등 대학의 족벌승계가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다시피했다.

물론 대학이 재단과 오너의 절대적 입김으로 움직일 경우 나름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의사결정의 신속함이나 조직의 일사분란함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오너가 확고한 도덕성과 교육관을 가졌다면 대학조직의 경쟁력과 효율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오너체제는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문화에 편승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주로 양산함으로써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한 숱한 학습을 경험해 왔다. 지나친 권위주의, 그리고 이로 인한 폐쇄성이 궁극적으론 학교의 경쟁력을 갉아먹으며 상대적으로 현실 안주 및 보신주의를 부추겼고 그 결과가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세상은 디지털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데도 오너체제의 대학들은 이에 둔감한 채 ‘소 왕국’을 구축해 전횡을 일삼는 데 쉽게 빠져든다. 이런 와중에 비리에 휘말려 학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원주 상지대와 전북 남원의 서남대다.

상지대는 학교 설립자가 김영삼 정권때 각종 비리로 구속된 것을 시발로 부실퇴출 1호로 지목되면서 무려 20여년 동안 지역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다가 이번 구조개혁평가에서 또다시 하위그룹에 선정되는 수모를 당했다. 2년전 역시 설립자가 1000억원의 교비를 횡령해 폐교위기에까지 몰렸던 서남대는 최근 명지병원을 앞세워 그나마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설립자 오너를 배제시키고 과감하게 외부 전문가를 학교운영에 참여시킨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무리 사학(私學)이라도 대학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이끌어가야할 공공재(公共財)나 다름없다. 때문에 오너체제의 운영보다는 지역의 신망받는 인사나 전문가들이 그 운영과 경영을 책임질 때만이 비로소 사학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게 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식견과 의견이 뒷받침되지 않고 그저 몇몇 설립자 가족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학은 이제 글로벌 시대에도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오너체제의 학교가 이번처럼 부실대학으로 평가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그 구성원들한테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을 못 받고 학자금 대출에서도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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