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정보 제공이 우선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우선이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5.06.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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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메르스 공포증이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몰고 있다. 이미 환자가 발생했거나 인구밀도가 높아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다. 산골의 마을단위 행사까지 줄줄이 취소되며 메르스 공포감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짜고짜 유치원에서 초·중·고교까지 대거 휴업에 들어간 것이 주민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사망자와 확진자가 늘면서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발전했다. 의심 환자가 대중교통인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병원 안을 통제없이 돌아다녔고 결국 이 병원에서 7명의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황당한 소식에 국민은 집단 멘붕에 빠졌다. 이 환자 가까이서 다른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된 의사는 병원을 나와 이틀간 서울 시내를 활보했고 1500여명이 자리한 아파트 재개발조합 총회까지 참석했다.

병원 밖에서도 연쇄적인 3·4차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외출을 삼가고 사람 접촉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 돼버렸다. 백화점 등 상가는 물론이고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도 뜸해졌다. 병원이 감염의 진원지로 알려지며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국민들이 극도의 혼란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은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진단했 듯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 탓이다. 3차 감염은 없다는 막연한 확신으로 최초 환자의 병실 접촉자들만 격리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결정적 과오였다. 그 이후 거듭된 실책들은 언론에 누누이 보도됐고 정부 스스로도 자인했던 만큼 더 이상의 언급은 입만 아플 뿐이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정부가 국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민한 반응이나 지나친 불안은 메르스 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허한 주문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도 30대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마당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치사율만 해도 그렇다. 주요 발병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통계를 들어 메르스 치사율은 40%가 정설로 알려져 있다. 감염환자 10명 중 4명은 목숨을 잃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높은 치사율에 3차 감염까지 가능한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라면 당장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 의료계에서는 치사율이 과장됐다며 4%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술 더 떠 저명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는 치사율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까지 나와있다. 40%에서 1%까지를 왔다갔다 하는 치사율부터 검증해서 신뢰할만한 자료를 덧붙여 공개해야 한다.

병원 밖 일반 지역사회에서의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를 믿지못하겠다며 시가 자체적으로 감염자와 접촉한 시민들을 파악해 자가격리하겠다고 나서자 ‘메르스 대처에 혼선을 키우는 오버 액션’이라고 비판했지만 불신과 불안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오히려 박 시장의 공세적 자세에 우호적이다. 환자와 한 버스를 탔거나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아직 소재 파악이 안되고 있다. 이들이 3차 감염되고 4차 감염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신뢰할만한 답을 내놔야 한다. 확신이 없으면 없는대로 감염자 정보를 포함한 실상을 밝혀서 국민들 스스로 자구책을 모색토록 하는 것이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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