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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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5.06.03 18: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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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날씨가 건조하다. 가뭄으로 온 나라가 걱정이다.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농부들은 물론이고 텃밭을 일구는 사람조차 힘들어한다. 태풍도 늦게 온다니 한꺼번에 해결될 날이 먼 것 같다. 우리 모두 비를 바래보자. 날씨가 건조한데다가 오늘은 바람까지 부니 하와이 생각이 난다. 학회 차 머물렀던 하와이 이야기로 우리의 가뭄걱정을 조금이라도 달래보자. 

하와이는 날씨가 좋기로 유명하다. 몸소 느껴보니 말 그대로 그랬다. 내가 머물던 곳은 하와이대 학생기숙사로 방학 때 방을 빼놓고 학인들이 머무르게 해줬는데, 멀리 바다가 보이는 그곳은 정말 바람이 잘 통했다. 섬이라서 바람이 많은데다가 몸이 뽀송뽀송하니 쾌적했다. 다만 그 바람에 내 몸은 어찌나 졸린지, 외국 나가서 그렇게 잘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밤잠, 낮잠을 가릴 새가 없었다. 

날씨 말고 하와이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 흔히 하와이하면 와이키키 해변에 수영, 서핑 등을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접하는 사진도 대부분 그렇다. 사실, 하와이섬 북쪽에 세계적인 서핑 장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하와이에서 즐길 것은 바로 나무였다. 식물이라고 넓혀 말해도 좋다. 

외떨어진 섬 하와이에는 독특하게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 많았다. 크기도 크기지만 다양함이 극치에 달했다. 바다야 전세계가 비슷하다. 색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그래도 바다는 바다다. ‘늘’ 따뜻한 바다와 ‘가끔’ 따뜻한 바다라는 차별이 있다면 있겠다. 그러나 하늘을 이겨내고 천하에 늘어뜨리고 있는 나무들은 감동적이었다. 그 의젓함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의 품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수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내는 신목(神木)이 삼림(森林) 속에 가득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꽃들도 꽃들이지만 캠퍼스의 수종은 곳곳이 다르게 안배되어 있었다. 오죽하면 대학 내에 ‘식물 투어 코스’ 소개서가 있을까. 학회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학교생활안내서 가운데 한 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종이 한 장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이 나무 저 나무 찾아보는 것은 혼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하와이는 섬이지만 몇 천 미터 화산이 버텨주는 곳이다. 게다가 해발이 아닌 해저면에서 따지면 에베레스트보다 높다. 화산을 밟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검은 용암의 땅 , 그곳에서 올라오는 검은 줄기의 생명, 그리고 그것에 피는 검붉은 꽃은 죽은 땅 위에서 올라오는 첫 번째 생물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로웠다. 하와이를 가게 되면 바다만 보시지 말고 산도 보시길. 

또 하나. 하와이를 영어로 쓸 때 아포스트로피가 붙는데,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Hawai’i’라고 할 때 아이(i) 앞에 부호(’)가 왜 붙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민속박물관의 하와이인 해설사가 그걸 가르쳐주었다. 그 부호가 표시하는 것은 동양적으로 말하면 ‘평상거입’(平上去入) 성 가운데 입성(入聲)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하자면 ‘하와이’가 아니라 ‘하와이익’인 것이다. 고대 한자어에서 입성자는 우리말에서 ‘k, t, p’ 곧 ‘ㄿ, ‘ㄹ’, ‘ㅂ’으로 끝나는 것과 같이, 그들의 하와이는 ‘하와이’도 아니고 ‘하와이이’도 아니고 ‘하와이익’이었던 것이다-이건 백인학자들도 잘 모른다.

하와이주의 상징은 무지개다. 소나기가 잘 오기 때문이다. 나도 소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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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2015-06-04 17: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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