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범부의 노래
어느 범부의 노래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6.03 18: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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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열심히 살았다. 크게 이룬 것도 없지만 크게 잃은 것도 없다.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탑에 오르진 못했지만 적잖은 보람과 흔적을 남겼으니 자족한다. 

혈연·지연·학연하나 없는 곳에서 신의와 투지로 삶을 개척했으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모함하거나 음해하진 않았다. 주제넘게 때때로 대장부인척 오버하며 살기도 했다. 

수많은 인연을 맺고 살았다.

선을 베풀며 어질게 살진 못했으나, 남을 해코지 하거나 악덕은 쌓지 않고 살았다. 

옷깃만 닿아도 인연이라 했기에 만남을 소중히 했고, 호연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하며 살았다. 

누구를 특별히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고, 누구를 특별히 박절하게 대하거나 못되게 굴지도 않았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기원하며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했었다.

그렇다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돈을 벌기 위해 술수를 부리거나 검은 돈을 탐하지도 않았다. 그저 월급 타서 쓰고 남으면 저축했다. 

하여 부자는 아니지만 남에게 손 내밀고 살만큼 가난뱅이도 아니다.

아무튼 돈 버는 일엔 등신인데, 먹는 일엔 귀신이다. 

아내가 밥상을 차려주면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고마워서 잘 먹는다. 못 먹는 음식이 없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가서 먹기도 하는 귀신이다. 

어느 날 한 관상가는 ‘먹는 데 복이 들어오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식하고 천천히 섭취해야 몸에 좋다는데 과식하고 빨리 먹는 미련퉁이다.

술을 좋아 했다.

그러므로 술친구도 많았고,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교우했다. 돌이켜보니 술을 산 것보다 얻어먹은 횟수가 더 많은 빚쟁이다. 

부모님을 일찍 여윈 탓에 박봉에 술값을 내면 어린 동생들의 용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므로 젊은 시절 호기롭게 술값을 지불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그런 지난날들이 몹시 가슴 시리나, 그래도 불러주는 술벗들이 있어 행복했다. 뭇 남성들이 그러하듯 여자를 좋아한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여자보다, 옹이진 아픔 있는 여자를 더 좋아한다. 잔정이 많고 장난 끼가 있어서 더러는 웃자고 한 유머가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덧없고 부질없음이나 추억은 모두 아련하고 아름답다. 

어느새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아버님이 내게 선한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주었듯이, 나 또한 두 아들에게 그리하려 한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는 시대에 둘 다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는 직장에 다니니 유복한 부모임에 틀림없다.

두 돌을 앞둔 손녀의 재롱이 날로 깊어가 할아버지로 사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작은 아들이 분가하면 부모로서의 짐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그러나 평생 멍에를 지고 사는 불효자다. 

아버님 유지대로 어머님을 잘 모셔야 했는데 지병을 고쳐드리지 못하고 70도 안된 나이에 돌아가시게 했으니 참으로 불효막심한 놈이다. 

그래도 부모님은 불초 죄인을 단죄하지 아니하고, 저 세상에서 늘 지켜주고 계시니 부모님의 음덕이 참으로 하해와 같다. 

노래도 좋아한다.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애잔하고 우울한 곡조다. 때론 밝고 신명난 노래를 부르고 싶어 막상 부르려하면 이내 멋쩍어진다. 

시를 쓴다.

그러나 시처럼 살지 못하니 짝퉁이다. 시를 잘 빚고 시처럼 살아야 참시인 이거늘 염치없게도 시인행세를 하며 산다. 

때때로 속울음을 운다. 아니 속울음을 삼키며 산다. 그게 바로 나다.

그러므로 나는 범부다. 

범부이기에 범부들을 사랑한다.

산과 바다와 푸른 하늘을 좋아하는 범부들, 그들은 모두 선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범부들이여, 우리 서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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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2015-06-04 17: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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