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 강의 여울
목도 강의 여울
  • 최종석 <괴산 목도고 교사>
  • 승인 2015.06.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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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괴산 목도고 교사>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여울의 물 흐르는 소리에 가슴이 움직인다. 아침 출근길에 들려오는 여울 소리는 가끔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학교는 이미 꽃으로 가득하다. 선생님 중에 새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분이 몇장의 학교 정경을 찍어 보내주었다. 예쁘다. 아름답고 순수한 학생들로 만들어지는 학교이다. 

감탄하는 사이에 목도강의 물고기를 잡아 라면을 넣고 어죽을 만들어 먹자고 한다. 이참에 과학동아리를 SCIRIVER라고 정하고 금요일에 목도 강을 관찰하기로 하였다. 다들 신이나 있다. 목도강에 가면 어죽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리라.

목도강 주변의 육상식물, 수생식물, 어패류 조사를 하기로 하였다. 물고기를 잡고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고 액침하며 나머지는 어죽으로 만들어 먹자는 계획이다. 다들 대찬성이다.

그런데 물고기를 잡으러 들어간 학생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족대를 들고 여울로 간다. 여울로 가야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울이 아닌 다른 곳에는 왜 물고기가 적을까? 왜 여울에 물고기가 많을까? 하여튼 많이 해 본 경험에 의하여 움직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신기하였다. 누치, 꺽지, 피라미…. 실력이 대단하다. 자칭 울트라 어부라고 한다.

물고기에 필요한 것은 먹이와 산소이다. 여울에 물고기의 먹이와 산소가 많다는 것이다. 여울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심하여 물의 이동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공기 중의 산소와 닿을 수 있는 면적이 커서 빨리 녹아들어 갈 수 있다. 용존산소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면 물고기가 필요한 플랑크톤이 잘 자라기 때문에 물고기가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여울은 물고기의 세력권을 구성하는데 유리하지 않다. 유속이 약하면 쉽게 세력권이 만들어진다. 세력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데 유속이 빠른 여울은 세력권을 만들고 지켜나가기에 어려움이 매우 많다. 변화가 기본이라는 것이다. 즉 생명현상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강물은 살아있다. 왜냐고 묻는다면 흐르기 때문이다. 특히 여울은 더욱 빠르고 세차게 흐른다. 많은 생명이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다. 생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명이라는 것은 아마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울이 아닐까? 여울에 가면 생명의 향연과 같이 아름다운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시끄럽게 들리지만 귀를 잘 훈련시키면 아주 듣기 좋은 음악과 같다. 무엇을 어떻게 듣고 훈련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현상의 기본이 아닌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다. 온 산야에 초록색이 짙어지고 있다. 목도강의 수량이 많아서 더욱 세게 여울 소리가 가슴으로 전해질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족대를 들고 목도 강에 고기를 잡으려 즐겁게 가는 아이들을 보며, 생기발랄하게 살아있고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여울의 아름다운 소리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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