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에
호국보훈의 달에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6.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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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그러나 분단 70년, 광복 70년이 되는 2015년 호국보훈의 달을 맞는 심사가 편치 못하다.

6.25전쟁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나라,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인을 유혹하는 12대 경제대국, 세계방방곡곡에 문화한류를 심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환경이 실로 엄혹하다.

정치권은 나라 잃은 지난 역사를 보듯 국익과 공동체 선은 뒷전인 채 당리당략과 패권에 함몰되어 있고,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좌와 우로,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사사건건 부딪치고 서로 발목을 잡아 극심한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선대들이 위협했던 ‘불바다 피바다’보다 더 무서운 ‘불소나기’ 운운하며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또 이웃나라 일본은 정신대에 대한 사죄는커녕 독도마저 자기들 것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까지 세뇌교육을 하고 있고, 자위대를 분쟁지역에 파병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군사대국으로 치닫고 있으니 장차 나라에 큰 화근이 될게 분명하다.

우리의 최대 우방이라는 미국도 이런 일본과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여전히 북한을 감싸며 한반도를 저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려 한다.

자칫하면 애써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참으로 엄혹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사회지도층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아직도 저리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위태하다.

애꿎은 국민들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갈피를 잡지 못하여, 왠지 불안하고, 뭔가 부족하고, 답답해 우울하다. 그러니 호국영령들을 뵐 면목이 없고 심사 또한 편치 못한 것이다.

호국(護國)이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킴이다. 호국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에 유학하던 이스라엘 청년들이 중동전쟁이 터지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해 총칼을 들었던 것처럼 붉은 피를 끓게 했다.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함이다.

국가가 몸 바쳐 나라를 지키고 빛낸 애국지사와 국가 유공자들의 희생헌신과 훈공을 기리고 보답함을 일컫는다.

그런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들이 뒷방신세를 지고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사표로 기능하고 추앙받아야 하는데, 그런 기풍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한탕주의와 쾌락주의가 횡행하니 그들의 설 땅이 없다.

날이 갈수록 사회 무관심층이 늘어나고, 생존경쟁에서 낙오된 공동체 부조화인들의 적개심이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암울하게 한다.

그런 그들에게서 호국이란, 보훈이란 먼 나라 이름일 뿐이다.

호국과 보훈의 원천은 애국심이다.

굳이 나라 잃은 설움이나 공동체 붕괴의 폐해를 논하지 않겠다.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는 나라를 반석위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사랑에 너와 내가 없다. 이제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는 애국심을 실생활에 되살려야 한다. 희생과 헌신을 강요할 순 없지만 최소한 국익과 공공선에 참여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정신만은 고양해야 한다. 그런 순수한 애국심 고취를 전체주의로, 보수지향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나라사랑은 성스러운 이타행위이니 가정과 학교와 언론이 적극 나서야 한다.

사랑하는 아들딸과 손주들이 사랑하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꿈꾼다. 우리는 분명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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