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않은 콜라캔이 무기?…미 항공사 무슬림 여성 탑승 거부에 “차별” 논란
개봉 않은 콜라캔이 무기?…미 항공사 무슬림 여성 탑승 거부에 “차별” 논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6.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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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사가 따지 않은 청량음료 캔을 요구한 무슬림 여성에게 음료 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제공을 거부해 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CNN이 지난 5월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종교 간 연대 문제를 다루는 여성 무슬림 성직자 타헤라 아마드(31)가 지난 5월2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 간 대화를 장려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여객기를 타려다가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CNN은 전했다.

머리에 히잡을 두른 그는 당시 승무원에게 위생상의 이유로 따지 않은 다이어트 콜라 캔을 달라고 요청하자 승무원은 그에게 1캔을 다 줄 수 없다고 답하면서도 그의 바로 옆에 앉은 남성에게는 따지 않은 맥주 캔을 줬다.

이에 아마드는 승무원에게 의문을 제기했고 승무원은 "기내에서 따지 않은 음료 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서 줄 수 없다"고 답하자 아마드는 승무원에게 차별당했다고 따졌다.

그러자 승무원은 갑자기 아마드 옆 좌석의 남성 승객의 맥주 캔을 따고 "이렇게 해야 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이에 놀란 아마드는 이 광경을 주변 승객들에게 봤느냐고 묻자, 복도 쪽에 앉은 남성 승객이 욕설과 함께 "당신과 같은 무슬림은 음료 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으니 입 다물고 있어라"라고 화냈다.

그는 이후 기내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이 남성의 목소리와 성난 눈에 증오를 느꼈다”며 "주변 승객들이 날 지켜주고 대변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부만 실망스럽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 뿐 그러지 않아서 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마드의 사연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타고 알려지자 유나이티드 항공 불매 움직임까지 일었다.

저명한 미국의 무슬림 성직자인 수하이브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모두가 심한 편견으로 가득한 유나이티드 항공이 역겹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아마드를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붙인 다이어트 콜라 캔 사진을 올렸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찰스 호바트 대변인은 다음날 30일 성명에서 "자사는 다양성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우리는 직원과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마드와 해당 여객기를 운영하는 현지 협력사인 ‘셔틀 아메리카’ 사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명에서 “승무원이 아마드의 음료 요청을 들어주려고 시도했지만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오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항공사 관계자들이 다음날 오후 당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아마드에게 연락하고 고객이 기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마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당시 항공사로부터 차별당한 심경의 글을 올리며 “무시당한 것을 하찮게 느낀 항공사의 대응에 매우 실망했다”며 “차별과 혐오 발언에 상처를 입었는데 항공사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문을 받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음료 1캔 서비스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항공사를 자주 이용해 우수 고객인 그는 “이전에는 따지 않은 음료 캔을 받았었다”며“ 이번 일로 항공사 해당 승무원을 해고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단지 항공사가 이 사건에 대해 부당하고 유감스러운 무례한 행동, 차별, 혐오 발언에 대해 일축하지 않고 자신들의 책임과 역할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내에서 이슬람 혐오증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의 임란 시디키는 CNN에 “이슬람 혐오증으로 무슬림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최근 피닉스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2013년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2%가 이슬람을 다른 어떤 종교보다 신봉자들에게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의 무슬림은 성소수자, 흑인, 히스패닉, 여성보다도 더 심하게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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