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영웅으로의 초대
교육, 영웅으로의 초대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5.05.2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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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옛날 신라 어느 마을에 두 청년이 살고 있었다. 풍채 좋고 골격도 범상치 않았던 두 청년은 불도를 통해 참된 것을 얻고자 함께 출가하였다. 깊은 산 중, 한 청년은 북쪽 판잣집, 다른 청년은 남쪽 돌무더기 집에 살면서 둘은 득도에만 전념하였다. 공부에 공부를 거듭하여 성불을 바로 코앞에 둔 어느날 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스무살 안팎의 어여쁜 낭자가 난초향을 풍기며 북쪽에 사는 청년의 판잣집으로 찾아들었다. 낭자는 갈 길은 멀고 날이 어두웠으니 하룻밤 이 암자에서 머물기를 청했다. 그러나 성불을 앞둔 청년은 고민할 것도 없이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수양하는 절이 깨끗해야 하는데 묘령의 젊은 여인을 들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까닭이었다. 

낭자는 다시 다른 청년이 살고 있는 남쪽 암자를 찾아 하룻밤 유숙을 청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청년 역시 자신의 성불을 그르칠까 걱정스러웠으나 여인 혼자 밤길을 헤매다 화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하룻밤 머물기를 허락하였다. 그는 여인이 함께 있는 작은 방이지만 자세를 바르게 하고 벽을 마주한 채 고요히 염불 삼매에 들었다. 

염불 삼매를 깬 것은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늦은 밤 여인은 산기가 있다며 급히 출산 준비를 해달라 하였다. 성불을 이루어야 하는 자신의 과업이 걸렸지만 출산이 급박하니 그는 묵묵히 짚을 깔고 물을 끓여 해산을 도왔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숨을 돌리려는데 출산 후 여인은 자신 혼자는 씻을 수 없으니 몸을 씻겨 달라하는 것이 아닌가? 여인의 몸을 만지다니…. 성불을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나 여인의 딱한 처지를 생각하여 출산한 여인의 몸을 그는 정성껏 씻겨 주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목욕을 마친 여인은 자신과 갓 태어난 아이의 목숨을 부지하려면 스님도 그 물에 목욕을 해야 한다며 그에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내일이 성불의 날인데 지금 여인과 같이 목욕을 하면 지난 수년의 공부가 허사로 돌아가니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청년은 성불이야 다음의 기회가 있을 것이나 여인과 갓 태어난 아이의 목숨은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 목욕물에 들어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욕통으로 들어간 청년은 살빛이 금으로 변하며 미륵존상이 되었다 한다. 영웅의 이야기, 우리는 영웅의 참 많은 영웅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 청년이 득도의 마음을 품고 공부하고 그 길의 막바지에 어려운 시험과 싸움을 거쳐 진정한 영웅으로 변모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는 힘이 있다. 

교육은 일종의 영웅기가 아닐까 싶다. 일상의 삶을 떠나 삶을 관조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삶을 대할 것인가 배우고 그 치열한 공부의 과정을 통해 공부 시작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변모되는 것 그것이 교육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영웅의 이야기를 해주신 우리 대학의 교수님께서는 영웅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너도 영웅이 되라’ 초청하는데 힘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교육의 힘은 먼저 교육받은 자가 영웅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직 평범한 자리에 있는 그를 향해 영웅이 되라 초청하는 인간초청장이 된다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석가탄신일, 우리가 그를 존경하는 것은 그 초청의 모범을 그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서도, 우리 교실에서도 작은 부처, 작은 영웅이 교육의 모범, 교육받은 자가 먼저 그의 영웅기를 들려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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