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게 표현된 말
알맞게 표현된 말
  •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 승인 2015.05.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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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알맞게 표현된 말은 은 쟁반에 담긴 황금사과와 같다. 들을 줄 아는 귀에 지혜로운 훈계자는 금 고리요 순금장식과 같다”(잠언 25, 11)라고 하였습니다. 알맞게 표현된 말은 곧 축복의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말할 때 기왕이면 부정적인 말을 삼가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야 하겠습니다.

얼마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아들이 한 추도사가 회자되었습니다. 추도사라기보다 원한과 분통함의 표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때와 장소를 구별하는 것도 지혜라 생각합니다. 성경을 보면 “너무 수다를 떠는 자는 남의 빈축을 사고 말로 남을 누르려는 자는 남의 미움을 받는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못 들은 체 해 두어라. 네 종이 너를 욕하더라도 귀담아듣지 마라. 너 자신도 남을 얼마나 욕했는지 모르지 않느냐?”(전도 7, 21~23)라고 적혀 있습니다. 절제된 축복의 말로 무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남을 험담하고도 그가 복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니 “훌륭하십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아름답습니다” 하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녀에게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너는 나의 희망이다”라고 말해 준다면 그 가정은 분명히 복된 가정이 될 것입니다.

혹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평화를 간직할 수 있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마음이 상했다느니 상처를 받았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면 도리어 화가 납니다. 그까짓 것 가지고 그러느냐? 속이 그리 좁으냐? 하고 역정을 냅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마음이 상했다면 먼저 “미안하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유를 대고 변명을 하기에 앞서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모든 것이 풀리게 마련입니다. 사실 미안하다는 말에는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을 존중합니다’, ‘당신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진심을 받아주십시오’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는 말을 제때에 했으면 좋겠습니다.

잘못을 해 놓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입니다.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남을 탓하는 데는 부지런 합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이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래 놓고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것이 자꾸 생각나서 다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미안하고 결국에는 피하게 됩니다.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못하여 상처를 키우는 어리석음은 없기를 기도합니다.

‘미안하다’라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허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허물인 줄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변명만 하는 것이 잘못입니다.

오늘 만나는 모든 이에게 사랑과 축복이 담긴 말을 전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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