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중국의 베니스 수향마을 주장
<9> 중국의 베니스 수향마을 주장
  •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 관장>
  • 승인 2015.05.26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 중국 장강의 문화향기를 찾아서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 관장>

장청 심청의 옛 중국인들의 풍요로운 주거형태를 살펴본 우리는 좁은 골목길로 빠져나와 유람선을 타고 중국의 베니스라 불리는 주장의 또 다른 진면목을 보기 위하여 선착장으로 갔다. 선착장에는 배를 기다리는 관광객이 많았다. 우리 일행은 차례를 기다려 2대의 배에 나누어 탔다. 주장의 뱃사공들은 베니스의 곤돌라 리오네처럼 세련된 복장을 갖춰 입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복이었다. 

그리고 뱃사공은 여자였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노를 저으면서 능숙한 솜씨로 좁은 운하를 헤쳐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건강한 삶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약간의 팁(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정도)을 주면 즐거운 마음으로 주장의 전통 민요를 들려주기도 했다. 노래 솜씨는 그렇게 아름답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즐거웠다. 유람선을 타고 보니까 운하 사이사이에 새로운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걸어다니면서는 볼 수 없었던 명소들이 서서히 들어나 주장의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좁은 운하에도 최근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떠있는 배들의 수도 많아져 잘못하면 얽히고설킬 법도 하련만 여자 뱃사공들은 능숙한 솜씨로 부딪침 없이 배를 저어 나가고 있었다. 운하 옆에 늘어진 버드나무가지에서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어 주장의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속에 각인되기도 했다. 十 자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주장의 운하는 배 두세 척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지만, 마을 전체가 마치 물로 둘러싸여 있는 듯 낭만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운하와 그리고 운하를 따라 줄지어 있는 명·청 시대의 고택, 그 고택의 안뜰까지 유유히 흘러들고 있는 운하, 곳곳에 걸쳐진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 (원, 명, 청대에 만들어진 14개에 달하는 이 다리들은 아직도 각 왕조의 건축적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마을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함.) 각종 누각과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풍경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아름다움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수로의 발달은 주장을 상업도시로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러 왕조를 거치는 동안에도 전쟁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장에 남아 있는 집의 60% 이상이 명·청대인 1368∼1911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주장은 오랜 역사를 면면히 이어오면서 그들의 문화적 유산과 자연환경, 그리고 고유의 전통을 지켜 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30여 분 가까이 유람선을 타고,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이곳의 매혹적인 운하의 풍경과 삶의 모습을 대충대충 살펴볼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픈 욕심을 억누르고, 배에서 내린 우리는 또다시 고풍스러운 집들과 상점들, 그 사이사이로 돌 조각이 촘촘히 박힌 정겨운 골목길을 따라 주장을 빠져나왔다. 주장에서의 관람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끝냈지만, 중국 제일의 수향마을의 면모와 함께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들이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