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씨구 절씨구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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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05.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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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반영호 <시인>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각설이들이 또 몰려온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는 품바축제가 다음주 28일 목요일부터 변함없이 시작된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이라는 가슴 찐한 품바 정신. 각설이들은 얻어먹는 거지이지만 얻어온 음식을 혼자만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함께 나눠 먹음으로써 가슴 뭉클하도록 사랑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불구의 몸으로 얻어먹지도 못하는 나보다 못한 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 감동이다. 

얻어온 것들을 혼자 처리한다면 그냥 비렁뱅이다. 각설이는 그래 봤자 결국 거지지만 노래와 춤과 흥을 파는 이들로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매청이나 유럽 거리의 악사, 멕시코의 멋들어진 모자를 쓰고 기타를 켜는 연주자들. 여기서 떼로 몰려다니는 집시들과는 그 성격을 좀 달리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몰려다니며 먹고 놀고 즐기는 쪽은 아무래도 아니다. 

품바축제의 빅이벤트인 품바왕 선발대회에는 입담 좋은 말꾼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벌써 출전 예정팀이 계획보다 훌쩍 넘어 예선을 치러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품바왕이 되면 시상금이 일천만원이다. 상금도 상금이려니와 한국 최고의 각설이라는데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각설이 공연의 진수는 풍자와 해학이 있는 익살이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웃음거리의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도 서민위주의 애환을 그림으로써 빈곤으로 궁핍했던 우리의 힘들었던 세대를 회상하며 감동하는 것이다. 난장 품바가 독설에 가까운 농과 난잡한 언어가 난무하므로 자칫 저급하고 혼탁한 공연이 될 수도 있으므로 출연자들에게 사전 계도를 통하여 부녀자, 아동들이 함께 관람하는 관광에 얼굴 붉히는 곤란함을 없애야 한다. 품바축제를 제안해 군의 대표축제로 선정하고 기획 주최해 작년 15회까지 이끌어왔다. 

이제 후배들에게 축제를 넘겨주면서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니 감회가 깊다. 처음 무대꾸밀 비용도 안 되는 2000만원의 예산이 5억까지 확보되면서 명실공히 전국축제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굳혔고 관광객 34만명 유치에 돌입하면서 성공축제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했다. 여느 축제와 달리 품바축제는 500여 예총 가족들이 만들어 간다. 문학인 미술가 음악가 국악인 연극 연예인 등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다. 

여담이지만 모 지역에서는 이 축제를 예술인 중심으로 개최하려다 무산된 일이 있다. 예술인이 떨어진 옷을 입고 거지같이 거지축제를 하냐고 일언지하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다. 거지축제다. 단순히 거지라는 한 단어로 음성품바축제도 무산될 뻔했다. 고고하신 의원 나리들이 왜 하필 거지축제를 우리 지역에서 여느냐며 축제예산을 삭감시키려 했다. 그렇지만 여론수렴 결과 대다수 주민의 개최 찬성과 예술인들의 열의에 의해 지속하게 되었다. 

축제는 메인행사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 축제에 걸맞는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성격에 맞는 콘셉트의 체험을 통한 즐길거리, 그리고 금강산도 식후경, 맛난 음식 기분 좋게 먹어야 기쁘게 구경도 한다. 말하자면 시각 청각 미각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재미를 느껴 즐겁고 행복한 축제가 된다. 축제는 행사가 전부가 아니다. 음성품바축제는 그 3대 거리를 잘 갖추고 있다. 이제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한 짐 잔뜩 무거운 짐이 실려 있는 지게의 멜빵을 벗는 듯 가뿐하니 홀가분하다. 원만한 추진을 위해 본의 아니게 예술인 공무원 주민들과의 충돌, 그리고 어쩔 수 없던 마찰로 괴롭게 했던 점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올 음성품바축제도 늘 함께했던 후배들이 기획부터 마지막 정산까지 질서정연한 가운데 멋지고 깨끗하게 치러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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