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생님과의 여행… 원고지 가득 꿈을 채우다
존경하는 선생님과의 여행… 원고지 가득 꿈을 채우다
  • 정재신 기자
  • 승인 2015.05.2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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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주최 '스승 존경' 글짓기대회 성료

성소민·김소담·선보문 대상 영예 … 오늘 시상식

스승을 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충청타임즈가 주최하고 충청타임즈아산지사가 주관한 ‘2015 스승 존경 글짓기대회’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며 전체 109편의 작품이 참여하는 등 학생들 재능 발휘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제34회 스승의 날을 맞아 개최된 `스승 존경 글짓기대회'는 학생들에게 글쓰기활동에 대한 관심과 정보전달을 문장으로 정리해 글을 지어나가는 능력을 키워주는 동시에 글짓기를 통한 창작활동으로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 배양, 책읽기 붐을 조성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 스승 존경 글짓기대회'에서는 ‘선생님과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초등 48편, 중등 44편, 고등 17편등 109편이 출품돼 남성초 성소민(6학년), 한올중 김소담(2학년), 아산고 선보문 학생(3학년) 등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22일 온양제일호텔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초등부

△대상 성소민(남성초) △금상 김찬우(북수초) △은상 장성은(남성초)·이미래(풍기초) △동상 최정연(용연초)·벼효린(풍기초) △특별상 강민아(용화초)·권예은(배방초)

◇중등부

△대상 김소담(한올중) △금상 이상준(아산중) △은상 홍다은·이하영(한올중) △동상 고유미(온여중)·이두원(아산중) △특별상 남기호(온양중)·이태학(아산중)·이예리(천안여중)

◇고등부

△대상 선보문(아산고) △금상 심유경(충남외고) △은상 이석희(충남삼성고)·홍준화(아산고) △동상 김소희(충남삼성고), 이시은(충남외고) △특별상 이슬비(온양여고)

◇지도교사상

△홍미영(남성초)·이경아(한올중)·송식(아산고).

 

<대 상 작>

라마 코트 입은 그녀

선보문 <아산고 3>

‘선생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좋았던 그 시절, 저는 그녀를 참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웃음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또렷하고, 수업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했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같은 시간 속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천영미 선생님, 잘 지내시고 계실까요?
선생님은 매일 아침 감명 받았던 책속의 한 구절을 적어와 읽어 주시면서 4학년 2반의 아침을 열어주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창문 너머로 뿌리를 뻗는 햇살과 바람에 치마폭이 되는 노란 커튼만 아른거리지만 선생님의 따뜻한 글귀는 여전히 보온병 속의 물처럼 제 마음에 늘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꽃잎처럼 선생님을 둘러싸고 앉아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꿈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과학상자 이야기도 하며 알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옷깃에 달라붙은 털을 만지며 “이게 무슨 털이에요?”라는 질문에 선생님은 “선물 받은 라마 코트니깐 만지지마라”하고 장난스럽게 귀부인 흉내를 내면서 걸어가셨고 우리들은 그런 생생님의 모습을 보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그날 이후 선생님을 ‘라마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점심시간에는 우리와 함께 밥 먹는게 좋다시면서 같이 줄을서시고, 같은 식판에 밥을 받고,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셨지요. 
하루는 샐러드 소스를 후루룩 드시면서 “국물이 끝내줘요!”하고 엄지를 올려 보이시던 선생님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선생님이 재미있고 친구처럼 친근하고 한없이 좋아졌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갑자기 떠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한동안 우울했습니다. 더 멋진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날따라 선생님이 입은라마 코트가 미워졌습니다. 선생님과 헤어지는 마지막 날, 우리가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리면 안 되냐고 울먹였습니다.
대답 대신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저를 꼭 안아주셨고 저는 미운 라마 코트에 얼굴을 파묻고 한동안 그렇게 안겨 있었습니다. 라마 코트가 미웠었는지 아니면 선생님과 조금이라도 더 있으려고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저는 그저 라마 코트에 얼굴을 비벼대기만 했습니다. 그때 제 눈물에 묻어났던 라마 코트 냄새는 이젠 그리움의 향수가 되었습니다.
벌써 8년전 일이지만 아직도 감동 깊은 책을 읽었을 때, 샐러드를 먹을 때, 선생님과 웃으며 걸어가는 아이들을 볼 때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까닭은 아마 선생님과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제 가슴 속에 한권의 책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멀리서 라마 코트만 봐도 좋았던 그시절, 저는 라마 선생님을 지금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어 흰 눈이 흩날리면 그 라마 코트를 입고 나오실 선생님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선생님과 떠나는 여행

김소담 <온양한올중 2>

처음에는 선생님과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받고 많이 난감했다. ‘도대체 무슨 선생님과 어디를?’ 하고 말이다. 하지만 주제를 받고 하루, 이틀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함께 떠나보고 싶은 곳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곧 다가올 여름에 가기 좋은 할머니 댁 이었고 두번째는 일본 정부가 자기네 땅 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독도였다.
첫번째로 사람들의 옷 길이가 한층 짧아진 지금 같은 날씨에 가기 좋은 할머니 댁이다. 집과 3분 거리 채 되지 않는 계곡과 한적하고 느긋한 사람들, 그리고 햇빛이 내리쬐는 마루는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공부와 일에 치이는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가기 참 좋은 것 같다.
마루에 누워있다가 우는 소에게 짚을 주고 나를 보며 좋다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다 저기 멀리 뒷짐을 지고 걸어오시는 할머니 배웅을 나가는, 바쁜 생활에 지쳐있는 마음을 조금은 느긋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여행을 선생님과 떠나보고 싶다.
두번째로는 우리나라의 땅인 독도다. 최근 일본 교과서에는 독도를 타케시마라고 표기한 채 일본의 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것은 불변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꼭 한번, 기왕이면 존경하는 선생님과 함께 독도를 간다면 뜻 깊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특히 독도는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환경부 지정 보호종인 솔개, 물수리 등을 비롯해 192종이 있어 독도에 무슨 천연기념물이 있는지도 알수 있어 좋을 것 같다.
또한 독도는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섬이라 해산물이 풍부한데 선생님과 독도에 있는 이 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해산물을 먹으며 진로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넘쳐올라 이미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만은 불변하다는 것을 선생님과 두 눈으로 보고 오고 싶다.
만약 이 글처럼 정말로 선생님과 여행을 떠난다면 즐겁고, 느긋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하루를 보낼 것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래를 꿈꾸는 여행

성소민 <아산남성초 6>

“탁! 탁! 거기, 남학생 둘!” 
막대기로 칠판을 치는 둔탁한 소리에 졸려 감고 있던 눈을 반쯤 떠보니 오른쪽 팔에 책을 껴두고 왼쪽 손에 막대기를 드신 도덕 선생님이 보였다.
눈치껏 책상 속에 있던 도덕책을 꺼내 페이지를 찾아 책을 폈다.
‘아, 또 진로 단원이야.’
순간 짜증이 났다. 내 예상이 빗나가길 바랬지만 야속한 선생님은 나에게 꿈 발표를 시켰다
“아 그게, 제 꿈은....”
선생님께서는 말을 맺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던 나에게 오시더니, 내책을 쭉 한번 살피셨다. 그리고는 내가 채워 넣지 못했던 꿈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다음 도덕시간 까지 채워오라고 하셨다.
‘억지로 어떻게 꿈을 만들라는 거야.’
이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서 더 짜증스러웠다. 걱정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시선, 그리고 캄캄한 나의 미래가 말이다.
쉬는 시간, 물을 마시러 복도를 걷는데 즐거운 친구들의 표정에 왜인지 소외감이 들었다.
난 가끔 선생님들께 조숙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친구들의 행동이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교실에 돌아오니, 종례를 하려고 하시는 선생님이 보였다.
급하게 내 자리로 돌아가서 가방을 챙겼다. 도덕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냥 다시 사물함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어차피 한다고 챙겨가봤자 그냥 가져올게 뻔하다.
“우리반이 환경미화반이잖아요, 이번 환경 봉사로 벽화를 그리게 되었어요. 거기에 우리가 그림을 이쁘게 그려서 빈 벽을 채워넣을 거예요. 그림이 자신없는 학생들은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주울거에요."
남자아이들은 그림 그리는게 귀찮다고 쓰레기 줍는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였다.
종례가 끝나고 공부방을 갔다. 왜인지 몸에는 힘이 빠지면서 기가 문제집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 앞에 저녁 풍경이 펼쳐졌다. 
일찌감치 해가 져버린 자리를 대신 하고 있는 붉은 노을과 벌써부터 밤을 밝힐 준비를 하는 달이 보인다. 기대하지 않은 예쁜 풍경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우리 반 다 왔죠?”, “네!” 인원을 체크하며 물어보시는 선생님께 친구들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이 더운 날 밖에서 그림을 그리고 쓰레기를 줍는다는데 왜 기분이 좋은지 나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벽화마을에 도착하면서 보이는건 알록달록 화려한 벽이었다.
멀리서 보면 어지럽기도 했다. 선생님을 따라 긴 벽을 따라 올라가보니 혼자 비어있는 벽이 있었다. 왠지 도덕 시간에 혼자 꿈을 채우지 못했던 나를 닯은 것 같아 더욱 쓸쓸해 보였다. 내 예상대로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나도 쓰레기를 주우려고 집게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문득 며칠전 눈에 담아 두었던 노을 풍경이 떠올랐다. 
집게를 내려놓고 구석에 부서진 분필 하나를 집어들었다.
친구들이 그린 그림을 피해 넓은 벽 앞에 섰다. 황홀한 빛을 내리쬐는 붉은 노을과 노란 듯 파란 하늘에 희미하게 떠있는 달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와! 정말 멋진데?”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 모습에 한번더 더 놀랐다. 무언가에 이렇게 집중하고 있는 나를 처음 본 것이다. 내가 봐도 꽤 괜찮은 그림이었다.
붉은 빛의 하늘과 그 하늘에 묘하게 어울리는 달. “달도 참 급한가봐. 성급할 필요없는데, 천천히 하면 되는데 말야. 해가 지면서 달을 재촉했나?” 갑자기 오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도덕 선생님께 이야기 들었어, 꿈 관련해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소민이 일기장 내용도 그렇고 말이야. 그런데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천천히 생각해 보면 돼. 재촉하면 마음만 바빠지잖아. 언제라도 찾을수 있을거야, 꿈 말이야. 그런데 선생님 눈에는 지금도 훌륭한 재능이 보이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동안 친구들이 하나 둘 그림 앞으로 모여들었다. "잘그렸다" "예쁘다"는 칭찬 앞에 마음은 기뻤지만 쑥쓰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성화백님, 사진 한장 찍을까요?”
선생님이 카메라를 드셨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 앞에서 나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옹기종기 앉았다. 늘외부인 같았던 내가 중심이 되어 어색했지만 뭔지 모를 기분 좋음이 저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하나, 둘,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내 꿈도 찍혔다. 다음주 도덕 과제를 채울 꿈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산 정재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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