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돌
물속의 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5.20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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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재무

동글동글한 돌 하나 꺼내 들여다본다                    물속에서는 단색이더니 햇빛에 비추어보니               여러 빛 온몸에 두르고 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동글납작한 것이 두루두루 원만한 인상이다
젊은 날 나는 이웃의 선의,
반짝이는 것들을 믿지 않았으며
모난 상(相)에 정이 더 가서 애착을 부리곤 했다
처음부터 둥근 상(像)이 어디 흔턴가
각진 성정 다스려오는 동안
그가 울었을 어둠 속 눈물 헤아려본다
돌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의 깊이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물이 그를 다녀갔을 것인가
단단한 돌은 물이 만든 것이다
돌을 만나 물이 소리를 내고
물을 만나 돌은 제 설움을 크게 울었을 것이다
단호하나 구족한 돌 물속에 도로 내려놓으며
신발 끈 고쳐 맨다


※ 말없이 있는 단단한 돌 하나도 둥글게 되기까지 말 못할 속내가 있었을 것이다. 거친 것들이 제 몸에서 깎여 나갈 때마다 마른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둥글어진다는 것은 삶에 유연해진다는 것. 유연해진다는 것은 상처를 상처로만 남기지 않았다는 흔적이기도 하다. 무심한 그 돌 하나도 그렇게 있기까지 제 깊이를 가지고 있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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