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오월에
참 좋은 오월에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5.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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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분명코 봄이건만, 여름 같은 오월이다. 반바지 반팔셔츠를 입어야 하는 초여름이 된 것이다.

그런 오월을 걱정스레 바라보노라니, 오월이 내게 이른다. 그래도 오월은 참 좋은 달이라고.

그렇다. 뻐꾸기 울고, 붓꽃 불도화 물망초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푸른 오월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인생도 살만한 것이다.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8일 성년의 날, 19일 발명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이 오월에 몰려있다. 

이처럼 오월은 가정의 달이고, 1년 12달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축복의 달이다. 

노동자의 날은 노동의 신성함과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어린이날은 미래세대인과 어린이들을 구김없이 잘 키울 것을,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은 감사와 보은의 삶을, 부부의 날은 둘이 하나 되는 축복과 사랑을 잘 가꾸어 나가기를 채근하는 날이다. 아니 1년 365일을 그리 살라는 가르침이다. 

그 중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과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의 백미다. 부모와 부부와 어린이는 가정의 근간이며, 가정은 사회공동체의 기본이요 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이와 부모와 부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과 사회도 행복해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오월을 잘 표현한 ‘어린이 날 노래다. 꿈이 있는 아이들, 그 꿈을 키워주는 사회가 좋은 세상이다.

노랫말처럼 미래 세대들이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고, 푸른 벌판을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 어버이들의 삶이 난해해지고 있다. 좋은 어버이가 되기도 힘들뿐 아니라, 효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 자식이 부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훈훈한 모습도, 가슴에 꽃을 단 부모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부부간의 배려와 존중에 균열이 생기고, 이기와 황금만능주의가 둘이 만나 하나 된 사랑탑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혼과 재혼이 양산되고 정당화되는 세태를 아름답다할 수 없다. 결국 결손 가정만 증가되어 사회를 암울하게 할 뿐이다. 

스승의 날도 그러하다.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는데 제자는 없다는 작금의 교단풍토가 안타깝다. 멘토가 되는 선생님, 스승의 고마움을 추억처럼 간직하는 제자가 많아야 건강한 사회이고, 미래가 있는 삶이다. 

아무튼 오월은 생명의 달, 감사의 달, 사랑의 달이다. 보너스도 없는 달인데, 돈 쓸 일은 많은 달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부모에게, 스승에게, 배우자에게 무언가 선물을 해야 되는데, 빠듯한 형편 때문에 흡족하게 하지 못하니 다들 마음고생을 한다. 거기다가 결혼기념일이나 가족의 생일이나 친인척들의 애경사가 겹치면 오월의 부담감은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대여,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상심하지 마라. 물질보다 더 소중한 것은 변치 않는 마음이다. 

감사와 사랑이 담긴 진정어린 말 한마디와 전화 한 통으로도 얼마든지 감동할 수 있다. 

하니 지금이라도 소중한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전화 한 통 하시라. 지금 산천엔 아까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머잖아 찔레꽃과 넝쿨장미와 수국도 소담하게 필 것이다.

사랑하는 그대여!

저 꽃들처럼 우리도 감사와 사랑의 꽃을 피우자.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저마다 제 색깔 제 향기를 피워 올리자. 오월은 푸른 마음을 가진 바로 그대의 달, 참 좋은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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