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소비는 투표다
<5> 소비는 투표다
  • 이혜정 <청주YWCA 사무총장>
  • 승인 2015.05.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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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 정착 녹색제품 활성화 캠페인
이혜정 <청주YWCA 사무총장>

소비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표현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고, 그 임금으로 생활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된다. 이 땅에 소비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 수많은 광고는 우리를 둘러싸고 소비하라고 유혹한다. 그리고 우리 중 상당수는 소비를 통해 자아를 표현하고 자기 정체성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제대로 소비하고 있을까?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지만 우리는 그 선택지를 지배하는 기업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

기업이 준 사지선다형 답안지 위에서 맞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소비자에게 주어진 자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소비행동에 관한 키워드를 찾아보니 불매운동,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착한 소비, 로컬푸드 등의 소비관련 용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소비가 결코 건강한 미래를 가져올 수 없다는 확신으로 차별화된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품질이 같은 상품이 있다. 품질이 같다면 당연히 가격이 싼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가격뿐 아니라 건강과 생명, 환경, 노동자의 인권, 더불어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느냐는 유통의 과정까지 살핀 후에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소비재의 생산 유통과정에서 비윤리적인 방법이 사용됐다면 구매를 거부하는 사람들, 개인의 소비행위가 결국 나를 둘러싼 사회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에서 숨 쉴 수밖에 없는 개인의 삶까지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소비자를 ‘윤리적 소비자’라고 부른다.

서구에서는 이미 윤리적 소비자들의 파워가 막강하여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변화를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CSR) 및 마케팅 차원의 과제로 적극 검토해서,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축구화’, ‘인도 수자원을 착취하는 코카콜라’, ‘동물 실험을 자행하는 로레알’, ‘현지 소작농에게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오는 스타벅스’ 등 기업의 비윤리적인 면을 지적하는 불매 운동, 반대 시위 등이 모두 윤리적 소비운동이 가시화된 것들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3월에 YWCA 등 몇몇 소비자 단체들이 개인정보를 불법매매한 홈플러스에 대해 집단소송을 전개한 바 있다. 비윤리적인 홈플러스의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이러한 관행을 뿌리 뽑고, 개인정보 불법매매로부터 소비자의 실질적 피해를 배상받는 것이다.

기업이 제시한 사지선다형 답을 찾는 것에서 기업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를 위해 구체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 제3세계의 사람들과 연대를 통해 공정무역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소비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하나의 노력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하는 소비행위가 사회를 바꾼다면,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면, 조금 귀찮아도, 조금 복잡해도 가치 있는 소비를 선택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

나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소비는 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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