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자살기도 신고가 없기를…
더 이상 자살기도 신고가 없기를…
  • 최동준 <영동경찰서 중앙지구대 3팀장>
  • 승인 2015.05.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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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최동준 <영동경찰서 중앙지구대 3팀장>
 
지난달 6일 밤 9시 30분쯤 야간 근무중이던 지구대로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서울에 사는 40대 남자가 고향인 영동의 부모님 묘소를 찾아가 자살을 기도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팀원들과 신속히 출동해 현장을 수색한 끝에 차 안에서 나일론 끈으로 목숨을 끊으려는 남자를 구조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근무 중 처리한 자살기도 사건 중에는 이처럼 천만다행스럽게도 빨리 발견해 소중한 생명을 구한 적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조금만 늦었더라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 건 함께 출동한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10~ 30대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고, 40~ 50대에서도 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구대에도 4월 들어 신고된 자살기도 사건이 6건에 달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육박하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경제의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예방교육에 힘써 막다른 골목에 처한 사람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더 이상 자살기도자를 살려달라는 절박하고 안타까운 가족의 이야기들이 들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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