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멸종되어야만 할까?
송충이, 멸종되어야만 할까?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 승인 2015.05.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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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식물 탐사를 가던 중 고속도로변 소나무 숲에 푸른 비닐로 꽁꽁 묶어둔 나뭇더미가 보인다. 소나무 재선충 피해목을 잘라 약품 처리해서 싸놓은 무더기였다. 그 무더기를 보며 초등학교에 다니던 반세기 전, 학교 전체 학생이 동원되어 학교 뒷산으로 송충이를 잡으러 간 일이 떠오른다. 송충이가 극성을 부려 솔잎을 갉아먹는 바람에 소나무가 말라죽기 때문에 고사리 손까지 동원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송충이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젠 일부러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이다. 아직도 가끔씩 송충이가 발생해 산림 당국이 긴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년 묵은 시골의 당산나무가 송충이 피해로 말라죽어 가는 것을 보면 송충이는 없어져야 할 해충으로만 보이는데 정말로 멸종되어야 할 해충일까? 

이제 송충이가 많이 줄어들고 대신 솔잎혹파리,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내무재선충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왜 그럴까?

솔잎혹파리는 솔잎 밑부분에 벌레혹(충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소나무 수액을 빨아먹어 솔잎을 말라 죽게 하는 벌레이다. 이 솔잎혹파리를 잡아먹는 천적이 솔잎혹파리 먹좀벌, 혹파리 살이 먹좀벌, 혹파리등뿔먹좀벌, 혹파리반뿔먹좀벌 등이다. 그런데 송충이를 잡기 위해 뿌린 농약에 이들 혹파리 천적들도 죽여 송충이는 줄어들었지만, 솔잎혹파리가 번성하게 된 것이다. 속리산 정이품송도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비켜 갈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소나무 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가늘고 긴 벌레)이다.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며 이를 통해 다른 나무로 전염된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래 점차 늘어나 현재의 확산속도라면 몇년이내 우리나라 소나무가 멸종될 거라고 하니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할만하다. 이들은 외국과의 교역량이 늘면서 외국에서 들어온 해충으로 보이며 기후 온난화로 잘 적응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솔잎혹파리 방제를 위해 솔잎혹파리 먹좀벌과 혹파리 살이 먹좀벌을 인공으로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솔잎재선충은 피해목을 잘라 약품처리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태를 연구해 천적을 활용한 자연적인 방제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 마음대로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은 자연의 순리에 맞게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도록 도와주어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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