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과 직함에 대하여
호칭과 직함에 대하여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5.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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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사람은 자신의 이름말고도 싫든 좋든 많은 호칭과 직함을 갖는다.

호칭의 시작은 혈연관계에서 생성되고 불리어진다.

인간이 최초로 부여받는 호칭은 아들과 딸이고 아가이다. 당연히 낳아준 부모에게는 아들과 딸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손자 손녀로 자리매김 된다. 

태어난 순서에 따라 형이 되고 오빠가 되고, 동생이 되기도 한다.

장성해 결혼하면 남편과 아내가 되고, 여보 당신이라 불린다. 

자식을 낳으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고, 조카가 생기면 삼촌, 고모부, 이모부가 되기도 한다. 

아들이 결혼해 며느리를 얻으면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되고, 딸이 결혼해 사위를 얻으면 장인 장모가 되고, 양가에 사돈이 된다. 

어디 그뿐인가? 아들 내외가 자식을 낳으면 졸지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딸이 자식을 낳으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된다.

나이와 호칭이 정비례하듯, 나이의 두께만큼 새로운 호칭이 계급장처럼 덕지덕지 붙는다. 

학교에 다니면 학생이, 군에 입대하면 군인이. 친구를 사귀면 친구가, 사랑을 하게 되면 애인이, 후배가 생기면 선배가, 가르침을 받는 이가 있으면 스승이 된다. 

나이가 차면 소녀는 처녀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소년은 총각이 되고 아저씨가 된다. 또 배우자와 사별하면 홀아비, 과부로 불린다.

사람들은 이처럼 한 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호칭들을 달고 산다.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며 얻는 직함도 가지가지다.

회사에 취직하면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 사장, 회장이란 직함을 접한다. 

또 공무원이 되면 많은 직함과 마주친다. 주무관, 팀장, 과장, 국장, 부시장 부군수 부지사, 시장 군수, 도지사, 차관, 장관, 국무총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직함도 개인의 능력과 경력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지만, 직장인들은 직함 때문에 울고 웃는다. 직함에 돈과 자신의 가치가 투영되기 때문이다.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회원, 총무, 대표, 회장이라는 직함을 만나고, 원장, 처장, 총장 등 무수히 많은 직함들을 만난다. 

일반적으로 호칭은 대부분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혈연이나 나이 등에 의해 결정되고 불리는 관계 지향적인데 반해, 직함은 자신의 노력과 의지에 의해 결정되고 불리어지는 신분 지향적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의 직함은 퇴직 당시 직함으로 고착화 되는 경향이 있다. 이순을 넘긴 나이지만 지인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과 직함은 다양하다. 

도청 후배들은 재직 시 맺은 인연 때문에 아직도 과장님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직함이 그러했으므로 반가움이 배어있어 싫지 않다.

7년 전 경영지원실장을 한 인연이 있어 테크노파크 직원들은 지금도 실장님이라고 부르고,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으로 재직해 국장이라 불린다.

시를 쓰고 있으니 문단에서는 시인이라 불리고, 언론사 편집위원으로 문화비평 활동을 하고 있으니 언론인으로 문화비평가로 불리기도 한다. 또 이런 저런 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니 위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학교 겸임교수로 임용돼 강단에 서니 교수라 부른다. 여전히 많은 호칭과 직함을 달고 산다.

이 중에서 죽을 때까지, 아니 사후에도 불릴 직함이 있다면 단연 시인이란 직함일 것이다. 시 창작은 정년도 없고, 임기도 없으니 말이다.

시인이란 시를 잘 빚는 사람, 시처럼 사는 사람을 이른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나, 남은 생은 그 길로 가려한다. 그대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떤 호칭, 어떤 직함에 의미를 두고 사는가? 

부디 호칭과 직함에 걸맞은 존재감 있고 행복한 인생이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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