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판페스티벌 언제까지 열거냐
천안 판페스티벌 언제까지 열거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5.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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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핵심 콘텐츠 부족, 시민 외면, 혈세 낭비….” 그동안 온갖 비판을 받아온 천안 판페스티벌이 15일부터 사흘간 또 열린다. 천안시청이 옮겨가 활기를 잃은 원도심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천안예총이 주관해 12년째 열고 있다.

지난달 21일, 축제 개최를 20여일 앞둔 시점에 ‘발전방안 심포지엄’이 열었다. 발전방안을 논의하려면 행사가 열리기 한참 전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축제 프로그램이 다 정해져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는 상황에서 웬 뚱딴지같은 심포지엄인지 모르겠다. 발전제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고 열렸어야 했다. 

칭찬은 없고 개선점만 쏟아졌다. “방문객들 공감을 이끌어 내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음식이 축제의 대세다. 음식 콘텐츠로 관광객을 잡아야 한다.” “예술인 참여의지를 높여 원도심에 예술의 옷을 입히자.” 

지금껏 이런 걸 몰라서 판페스티벌 발전이 없던 건 아니다. 축제의 구성 ‘판’ 자체가 진화를 더디게 했다.

판페스티벌은 조직위원회 주관과 예총지회 행사의 ‘투 트랙’으로 움직인다. 미술, 문학, 음악, 국악, 무용, 연극, 연예, 사진 등 8개 지회 행사가 별도로 열린다. 여러 단체가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 컨셉을 갖고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연예협회가 뽕짝 노래자랑, 음악협회는 성악 경연, 국악협회는 사물놀이, 조직위는 7080팝송 공연을 여는 식이다. 온갖 장르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또 페스티벌은 모두 나이대를 아우르려는 욕심을 냈다. 청소년용으로는 댄스 경연대회와 ‘끼’ 경연대회가, 어린이를 위해 미술실기대회·동화구연대회가 열린다. 전시회는 사진작가협회, 미술협회, 문인협회 등 작품전에 미술동호회 미술전까지 무척 다양하게 열린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백화점식 축제로 열다 보니 이렇다 할 킬러(Killer) 콘텐츠가 없다. 알맹이 없는 축제인지라 홍보도 먹혀들지 않는다. 축제가 열리는 것 자체를 시민들이 알지 못한다. 관객이 없으니 ‘무인도에서 공연하는 축제’라는 말까지 들었다(심포지엄 지적). 

판페스티벌은 쓰는 돈은 많아졌지만 관객은 되레 점점 줄었다. 급기야 원도심의 명동거리 상인들마저 관심이 시들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판페스티벌은 홍보비로 4000만원이나 썼다. 리플렛과 포스터를 만드는데 1900만원이 사용했다는데 시내에서 홍보물 보기가 힘들었다. 지난해엔 5월에 열려다가 세월호 참사 때문에 못 열게 되자 9월에 명동거리 바닥공사 진행 중인 공사판에서 열었다. 주위에선 “돈(총 예산 2억원) 쓰려고 정말 안간힘 쓴다”고 핀잔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충남도 축제육성위원회 심의에서 12개 축제 중 10위를 했다. 꼴찌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도비 2000만원 지원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끊겼다.

이젠 이 페스티벌의 존폐(存廢)가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원도심 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지금,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될 긴급 사안이다. 원도심에선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도시(사업비 37억원)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146억원)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창작스튜디오(50억원), 작은 공연장(30억원), 한 뼘 미술관(8억원) 등 민선6기 공약사업도 겹쳐져 실행된다.

조만간 원도심 문화기반 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질 텐데 그 자리에서 지금 같은 축제가 계속 열려선 안 된다. 과감히 ‘헌 판’을 깨고 ‘새 판’을 짜야 한다. 천안예총 잔치인 천안예술제는 별도로 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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