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생각하는 오월
가족을 생각하는 오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5.03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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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하고 놀라실 분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꽃 잔치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지만 봄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화살과 같은 시간의 체감 정도는 나이를 의식하는 분들이 더 클 것입니다. 나이와 시간은 같은 속도로 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것도 세월입니다.

한해의 다짐이나 각오가 느슨해질 즈음 5월이 찾아옵니다. 다부지게 세웠던 계획임에도 이 핑계 저 핑계에 뒷순위로 밀려나는 그런 시기입니다. 

계획을 수정하고 다소 욕심을 덜어내더라도 풀어진 운동화 끈을 조여매듯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때도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개인이 맞이하는 소회 외에도 사회 구성원이 공동의 가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때도 오월입니다. 자의 건 타의 건 어느 때보다도 가족을 많이 생각해야 하는 달입니다. 가정의 달답게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빼곡히 박혀있습니다. 

이처럼 기념하는 날이 많다 보니 일상이 번다하게 생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념일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시간에 쫓기고, 호주머니도 부쩍 가벼워집니다. 더구나 계층별로 기념일을 치르다 보니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하중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행복하자고 만든 기념일이 부담일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즐거울 리 없습니다.

이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낳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가 자본주의로 치달으며 가족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핵가족이 보편화 되면서 자잘한 이기적 생각들이 가족의 소중함마저 잊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본이 사회와 개인에 깊이 개입하고, 사회가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할수록, 우리 안의 가족의 폭은 좁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기념일이 겉치레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데 부모에게 효를 행하는데 굳이 기념일을 정해서 해야 하는 걸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컸습니다. 아마도 그 기저에는 빠듯한 살림 경제를 감내하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헌데 이도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가족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세월호 유족의 아픔이 그랬고, 네팔 지진 대참사가 그랬고, 상실의 고통이 클수록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를,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서로 보듬어 안아야 할 이웃입니다. 

국가가 행복하려면 사회가 행복해져야 하고, 사회가 행복하려면 가정이 행복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가정이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 가족은 민얼굴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보여주어도 아무 거리낌 없고, 흉허물도 없는 관계 말입니다.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관계,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입니다. 물신주의를 떨쳐버리면 매일 매일 기념일이어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들꽃 한 송이에도 진심을 담아 전달하면 이심전심 모두 통할 수 있습니다. 

존재의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가정의 달 5월, 사랑으로 따뜻하게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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