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5.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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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서른 세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15장 천복 승고(薦福 承古) 선사의 설법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천복 승고 선사가 동산 스님과 운거 스님에 대한 말을 듣고서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여! 저 고인들은 바로 몸과 마음이 그와 같음을 얻을지라도 오히려 귀신이 봄을 입었거든 어찌 하물며 너희들이겠느냐?

지금 사람들은 종일토록 스스로 속이기에 천신과 토지가 낱낱이 너의 손과 발의 좋고 나쁜 것을 보아 알게 된지라. “저들이 모두 다 알게 된 것은 너희들이 이 한 생각 마음을 잊어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말한 큰 뜻은 다만 여러 사람들이 참선하여 도를 배우겠다고 하는 그 마음을 쉬어버리고, 수행한다는 마음까지도 쉬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한 덩어리의 아무 감각이 없는 완악한 돌과 같이 가야 하며 차가운 재와 죽은 불과 같이 가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비록 네가 육도만행을 수행해서 내지 미래가 다할 때까지 닦을지라도 다만 한낱 보신불과 화신불을 얻게 될 것이다. ‘보신과 화신은 진(眞)이 아니며, 부처님도 또한 설법하는 부처님이 아니라’ 한 것을 보지 못했던가?”

동산 스님과 운거 스님에 대한 말을 듣고서 천복 승고 선사가 설법을 하신 것이다.

몸과 마음이 그와 같다는 말은 공부를 썩 잘한 것을 말한단다. 공부를 썩 잘해도 귀신이 엿보는 것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귀신이나 토지 신들이 지금 공부하는 수좌들의 망상분별을 피우는 것이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살핀다는 것이겠다.

두 어깨에 선악 동자가 사람의 일생동안 선악을 저지른 것을 다 기록해서 염라에 보고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염라대왕 업경대에 가서 그대로 다 대조해서 에누리없이 그 업을 못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한 생각을 초월해야 한다는 것이겠다. 

그래서 마음이 무심(無心) 되고 온갖 생각을 초월해서 완악한 돌과 같이 되고 또 불이 타고 난 다음의 차가운 재와 죽은 불과 같이 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도에 합치되나니 도에 합치되고 부합되는 것을 상응이라고 한단다.

보신불, 화신불은 법신불보다 차원이 낮은 것이다. 법신이 제일두(第一頭)라면 보신, 화신은 제이두(第二頭)라는 것이다. 보신과 화신은 허망한 인연이라서 강물 속에 보이는 달과 같은 것이란다. 진짜 달은 하늘에 있는 것이겠다. 즉 보신불과 화신불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많다는 화병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화를 너무 무분별하게 터뜨려 문제가 된다.

이 화(火)라는 것은 실체가 없고 작용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마음따라 일어났다 마음따라 사라지는 것이란다. 그 마음 자체가 실체가 없는데 어찌 화에 실체가 있겠는가? 라는 것이다. 이화는 마치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아서 시시각각 찰나 생멸하는 것이란다. 그러므로 이 화라는 것은 지켜보면 사라지는 것이니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복 승고 선사 설법처럼 보신불과 화신불이 실체가 없듯이 실상 무상에 입각한 자애삼매(慈愛三 )는 최상의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붓다는 설하셨단다.

즉 “내가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그가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를! 그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이라고 염(念)하여 최상의 깨달음에 이르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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