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도서 테마 ‘여행’
5월 추천도서 테마 ‘여행’
  • 김동성 <청주상당도서관 주무관>
  • 승인 2015.04.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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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성 <청주상당도서관 주무관>

우암산 순회도로에도 꽃이 만발하다. 겨울동안 없어진 것 같았던 만물이 여 보란 듯 기지개를 펴니 내 맘도 몸도 따라 근질거린다. 꽃 따라 바람 따라 어디든 무작정 떠나 보고 싶은 계절, 비록 몸은 매여 있더라도 마음만이라도 유럽 곳곳을 누벼볼 수 있는 책을 떠올린다.

키만 큰 서른살짜리 아들과 깡마른 환갑의 엄마가 떠난 세계여행이야기.

그것도 배낭 메고, 지도 들고, 발품 팔아 300일 동안 세계를 누빈 이야기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에 담겨있다.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의 여행기 두 권 중 유럽여행편이다.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시작하여 런던까지 유럽 36개국의 여행기이다.

서른 살과 환갑의 모자는 짧은 기간 내에 두 명의 가족을 잃고 마음을 치유할 겸, 환갑 인생의 선물 겸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300일의 여정이었으나 처음부터 300일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가다 힘들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다는 여지를 가지고 떠난 여행이 당초 예상보다 긴 여행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는 책을 펴면서 유럽지도를 옆에 놓고 이들의 여정마다 동그라미를 쳐가며 따라갔다. 중학교 때 배웠던 세계지리를 다시 공부하는 듯 익숙한 이름의 도시, 처음 들어보는 도시를 지도에서 찾으며 세계는 계속 변하고 있음을 알았고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도 있음을, 세계는 넓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은 숙박을 카우치서핑(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할 수 있는 여행자들의 비영리 커뮤니티)으로 해결하며 40명의 카우치호스트(집주인)를 만났다. 

카우치호스트들은 모자(母子)라는 여행조합에 호기심과 배려심으로 기꺼이 초대해주었고 가이드를 해주었으며 친구가 되었다. 아들이 엄마랑 같이 배낭여행을 한다는 사실에 그들도 아들의 효심과 환갑 나이의 용기에 호기심과 찬사를 보내는걸 보면 동양 서양할 것 없이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모자는 핀란드의 헬싱키공원에서 가을을 맞는다. 낙엽이 수북한 공원을 걷다가 엄마는 낙엽을 주워들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청년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남편의 죽음으로 세상이 잿빛으로 바뀌었고 옛 추억은 남편과 다시 공유할 수 없어 고통으로 느끼며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 다시금 남편을 떠올리고 웃음 지으며 그만큼 치유되었음을 느낀다. 분명 시간이 약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여행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치유해 주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늘 있던 시공간을 떠나 나를 객관화시켜보며 슬픈 기억의 생채기가 아물고 건강하고 뽀얀 속살이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폴란드다. 나치에 의해 수백만의 유태인 학살당하고 폴란드 시민들이 희생당한 역사가 있다. 이 역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400만여명의 유태인과 폴란드인이 학살당한 곳, 이 수용소는 현재 박물관으로 건립되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폴란드의 독일에 대한 감정은 우리가 일본을 대하듯 다소 격앙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와 독일의 축구전은 한일전과 비슷한 열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총리들은 지나간 역사를 인정하고 용서를 바라며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와 일본의 역사를 일본의 행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반성은커녕 최근 일본은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있다. 안타깝다.

런던을 마지막으로 한 300일간의 여행은 어찌 좋은 날만 있었을까마는 지난일은 아름다운 것만 기억만 남는 것 같다. 

자! 겨울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쭉 펴고 떠나보자. 가족과 함께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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