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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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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을 대신할 단체
최 영 종 <논설위원>

백성들이 해결하지 못해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왕에게 직접 알릴 수 있도록 대궐에 설치한 북이 조선시대의 신문고(申聞鼓) 제도였다. 태종 때 만들어진 이 제도는 신문고를 치는 데에는 몇 가지 절차가 있었다. 어느지역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먼저 수령에게 고소해야하고, 수령이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해 주지 않으면 사헌부에 고소한다. 사헌부에서도 들어주지 않으면 그때서야 신문고를 칠 수 있다. 이 순서를 어기면 처벌을 받았는데, 신문고는 '혹 떼려다, 혹 붙일 것'을 각오한 용기있는 자만이 칠 수 있었다.

우리사회는 잘못된 관행과 내부비리가 항상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알더라도 폭로하기란 쉽지 않다. 조직의 배신자, 직원들로부터는 왕따, 직장에선 퇴출과 이로 인한 소송비용 부담 등으로 본인의 피해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 고발자들에게 "부당한 일을 또 다시 목격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다시는 고발을 하지 않겠다"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면 그 일로 해서 그들이 당한 고통을 알 수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부고발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90년 5월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은 1989년 재벌그룹 소속 23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다가 갑자기 중단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재벌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재벌 계열사 비업무용 부동산 감사결과'를 언론에 폭로했다.

정부와 검찰은 감사 결과를 언론에 유출한 감사관을 구속,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였고, 진상을 규명하기 보다는 사건 덮기에 급급했다. 이후 이문옥 감사관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고, 인사에 불만을 품은 한 감사관의 비밀누설과 많은 비리들을 폭로하였지만,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으며, 6년이 지난 후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하게 된다.

강원도 고성에서도 이정구 건축담당자가 양심선언을 하여 해임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2년도 모 민원인이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건축허가 신청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담당자는 최종 검토결과 건축허가에 문제가 없었으나 군수가 불허하도록 지시해 반려했다. 민원인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담당자가 언론에 폭로하자 공직자가 지켜야할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비밀엄수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를 적용 2004년 4월 해임시켰다. 이는 당시 고성군수의 부당한 지시와 문서위조, 군수 부인이 건축허가 신청 토지를 매입하고자 한 점에서 부당성이 잘 나타나 있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10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중대 안양시장이 5·31지방선거에서 관권선거를 했다고 시장과 공무원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유는 안양시장이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안양시청 자료와 계획서를 이용했고,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불법 관권선거를 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자료만도 60여 가지가 되고 선거 개입 규모 또한 방대했다고 공무원노조는 밝혔다. 내부비리를 개인이 아닌 단체가 고발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공무원노조의 조직은 전국 시·군·구청으로 이루어진 250여개 지부가 활동을 하고 있는 가장 큰 법외노조이다. 이들은 하위직 공무원들로 조직되어 2002년도부터 활동하면서 직장 내부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온 단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개혁을 외치며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깨끗한 물로 정화되는 것과 같이 하위직으로 결성된 그들은 불합리한 내부 수술과 부정부패 척결, 그리고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현대판 신문고'로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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