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과 드라마아트홀
김수현과 드라마아트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4.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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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2010년 11월 20일이었다. 

당시 충북도 문화예술과장이던 필자의 주선으로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 한식당에서 김수현 작가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만났다. 

김수현 작가는 자신이 쓴 SBS-TV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라가 종영된 직후여서인지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이 지사는 충북에서 촬영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후광효과를 이야기하며, 김 작가에게 충북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집필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고, 김 작가도 흔쾌히 수락해 공조의 씨앗을 뿌렸다.

4개월 후인 2011년 3월 22일 김수현 작가가 충북도청을 예방해 이 지사와 재회했고, 청주여고시절 은사였던 홍순기 전부지사를 비롯한 지인들과 오찬을 하며 정담을 나눈 후, 고향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청남대를 둘러본 후 귀경했다. 

그 때 ‘김수현 문학관’이 회자되었다. 그러자 지역문화계에서 김수현 문학관에 대한 찬반양론이 일었고, 반대론자들은 김수현이 순수문학을 한 것도 아니고, 지역을 위해 한 것도 없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가에 천착했다. 

이후 필자도 공직을 떠났고, 김수현 문학관도 한동안 잠복해 있었다.

김수현이 누구인가?

그는 현존하는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다. 또한 19편의 시나리오를 쓴 시나리오 작가이며, 19편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가 바로 1943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여고를 졸업한 김순옥(80고령의 홍순기 전부지사가 기억해냄)이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69년 라디오 드라마 ‘저 눈밭에 사슴이’로 데뷔했고, 1972년 MB C-TV ‘무지개’로 드라마 극본을 쓰기 시작해, 한국 방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거듭났다.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가 뿔났다’ 등 그동안 시청률 70%라는 경이적인 기록과 함께 숱한 화제작으로 주가를 올렸다. 

‘드라마언어의 연금술사’, ‘안방의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1987년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되었고, 1975년에는 한국방송대상을, 2012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지난 4월 9일 김수현이 고향 청주에서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수동에 소재한 구 청주시장관사에서 ‘김수현 드라마아트홀 건립 협약식’을 했고, 시장관사가 드라마아트홀로 탈바꿈되는 첫 단추가 끼워졌기 때문이다.

총 72억원(국비36, 지방비36)을 투입하여 지상 3층과 별관 1층 규모의 드라마창작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해, 김 작가의 집필 공간과 작가 2~3인을 수용할 수 있는 창작 활동실, 드라마 시청·토론 공간, 영상체험관, 문학카페 등을 갖출 계획이다. 1층(각 673㎡)에는 청주시 홍보관, 드라마 콘텐츠 기념품 판매장, 카페, 분장체험실이 들어서고 2층에는 드라마 전시관, 영상체험관, 갤러리 등이 3층에는 작가아카데미, 문학카페와 지역문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도 들어선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학교육 프로그램과 창작물을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도 마련한다 하니, 일찍이 김수현 작가 브랜드활용 주창자로서, 또한 시민의 일원으로 기대와 환영을 표한다.

문제는 시설과 공간의 활용성 증대이다.

드라마는 시공을 초월하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대중예술이나, 종영되면 새로운 드라마에 치여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김 작가는 은퇴를 앞둔 73세의 고령이고, 때가 되면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러므로 김수현 브랜드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청주시는 건립 이후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활용방안을 보다 면밀히 연구하고 구상해서 지역의 문화예술관광자원으로, 드라마창작의 성지로 우뚝 서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제2, 제3의 김수현을 배출하는 예인의 산실로,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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