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자
솔직해지자
  •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 승인 2015.04.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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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공부하는 스님과 술 파는 여자가 나란히 이웃에 살았답니다. 스님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여자는 열심히 술을 팔았습니다. 여러 세월이 흐른 후 두 사람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지옥에 떨어졌고, 여자는 극락에 들어갔습니다. 마음속으로 진정 부러워했던 것이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열심히 공부하고 수양을 하면서 ‘아 부럽다. 맛있는 술에다가 여자… 춤추고 노래하고 얼마나 신날까?’ 하는 마음을 떨쳐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아 부럽다. 새벽마다 예불을 드리고 꽃을 바치고 경전을 읽고…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늘 마음은 거룩함을 갈망했습니다.”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마음이 똑바로 향해 있으면 행동 또한 바릅니다. 마음과 행동이 일치할 때 하늘의 복을 누리게 됩니다”(성 아우구스티노).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전 경남기업회장의 죽음과 국무총리의 자진 사퇴를 바라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정(司正)에 쫓기던 기업인이 자살로 상대에 항거했습니다.

그의 ‘억울함 풀기’는 결코 동정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헛되고 헛된 돈과 권세에 목숨을 걸었고 무엇보다도 하늘이 준 생명을 함부로 했기 때문입니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생명은 여전히 존엄합니다. 싸워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내면의 적을 먼저 다스려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총리의 사퇴를 두고 ‘자기 말과 꾀에 발목이 잡혔다.’라고 하고,‘사면초가에 몰려 백기투항’을 선택했다고도 합니다. “잘 모르고, 안 만났다.”라고 했는데 1년에 200여 차례나 전화를 주고받고, 20여 차례나 만났답니다. 두려움은 남을 속입니다. 자기를 감춥니다. 번번이 거짓말을 하고 빠져나가려 해도 결국 진실은 진실로 남게 마련입니다.

총리는 “어떠한 증거라도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 “목숨을 걸겠다.”고 장담했는데 이것은 두려움의 표현일 따름입니다. 그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하늘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헛된 말에 우리는 마지막 날 셈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진실을 덮고자 함부로 목숨을 걸어서도 안 되고, 너무 쉽게 헛된 것에 목숨을 담보하는 풍조는 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진리 안에 자유를 누려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혼자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홀로 있어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합니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거짓말도 거짓말을 하는 순간 얼기설기 얽혀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힘들지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솔직해지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추해 보여도 진실을 인정하면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처럼 보여도 거짓으로 포장하면 추해집니다. 법적으로 면책이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윤리적으로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보면, 간음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죄인인 그 여인은 율법학자들과 바리 사이들이 예수님을 올가미 씌워 고발할 좋은 미끼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하셨고 이 말씀을 듣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하나 가버렸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한 말씀에 감겼던 눈이 뜨였고 자신이 죄인임을 알았고 그래서 죄에 죄를 보태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먼저 제 자신을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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