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할 사자성어
웃지 못할 사자성어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04.23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반영호 <시인>

며칠 전 항산엘 갔다. 초행이었고 중국말을 전혀 몰랐음으로 출발 전부터 내심 걱정이 많았다. 언어가 다르고 풍습이 다른 곳이지만 다행히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인 점에서 여차하면 한자로 써 보이면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아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우려했던바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벌어졌다. 웬 사내들이 접근하여 “닥어”를 연발했다. 어서 택시를 타야하는데 자꾸 구두를 닦으라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런 중에도 대기 중인 택시가 거의 한국산이여서 놀랍기도 하고 여간 반갑지 않았다.

막상 택시를 타고 보니 “닥어”를 외치던 사람들이 택시 기사였는데 알고 보니 “닥어”란 말이 형님이었는데 의리를 중히 여기는 중국에선 형님이란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그러니까 “형님 잘 모셔다 드릴 테니 어서 타시요”였던 것이다. 근래 웃지 못 할 사자성어가 많이 떠돈다. 이를테면 “조온마난색기. 시벌로마. 족가지마. 선어부비취”등이 그렇다.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듣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심한 욕이다.

조온마난색기(趙溫馬色期).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씨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조씨에게는 만삭인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부인이 “여보! 어제 밤 꿈에 말 한 마리가 온천으로 들어가 목욕을 하는 꿈을 꾸지 않았겠어요. 아마도 우리가 말처럼 활달하고 기운 센 아들을 얻게 될 태몽인 것 같아요” 라고 하였다. “그것 참 좋은 태몽이구려 어서 빨리 우리 아들을 보았으면 좋겠소.”라고 하였다.사흘 뒤 조씨부인은 매우 건강한 사내아이를 순산하였고, 조씨는 태몽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溫馬(온마)”라 하였다.

어느덧 세월이 훌쩍 흘러 조씨의 아들 ‘조온마(趙溫馬)’는 스무살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조온마’는 부모의 태몽과 바람과는 달리 힘차고 기운이 센 아들이 아니라 동네 처녀들을 죄다 욕보이고 다니는 난봉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참다못한 동네 사람들이 ‘조온마’를 관아에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조온마’는 사또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또가 말씀하시기를 “조온마는 색기로 인하여 마을을 어지럽혔다.(趙溫馬色氣:조온마난색기) 따라서 거세를 당해 지금까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라고 하였고, 이에 따라 결국 조온마는 거세를 당하고 말았답니다.

이 이야기가 후세에 전해지면서 후세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경거망동하는 사람에게 조온마의 이야기를 상기시켜주기 위해 “趙溫馬色氣:조온마난색기”라고 충고를 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 고사성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거망동한 행동을 삼가라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옛날 야사에 의하면 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조온마’라는 인물은 키가 4척으로 120cm 정도의 아주 작은 키를 지녔다고 전해지고 있어 아주 작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시벌로마(施罰勞馬)는 고대 중국의 당나라 때 일이다. 한 나그네가 어느 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한 농부가 밭에서 허벌나게 열심히 일하는 말 뒤에 서서 자꾸만 가혹하게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을 본 것이다. 계속해서 지켜보던 나그네는 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농부에게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쉬임없이 부려야 다른 생각을 먹지않고 일만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라고 답했다. 남의 말을 놓고 가타부카 언급할 수가 없어 이내 자리를 뜬 나그네는, 열심히 일하는 말이 불쌍하여 가던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긴 장탄식과 함께 한마디를 내 뱉었다 한다.“야! 施罰勞馬(시벌로마)”뜻 의미는 열심히 일하는 부하직원을 못 잡아먹어 직장상사 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반영호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