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나루 최돌이 이야기
목계나루 최돌이 이야기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5.04.2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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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나무자전거란 그룹의 ‘보물’이라는 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공중파 개그프로그램 ‘마빡이’의 오프닝송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데 이 마빡이가 충주 엄정면 목계나루에서 살았던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별로 없다.

마빡이는 ‘최돌이’라고 불리던 옛 인물을 본떠 만들어졌다. 목계는 조선 말엽까지 남한강 수운 물류교역의 중심지였다. 이 때문에 상인들을 위한 크고 작은 이벤트가 수시로 열렸는데, 이 ‘최돌이’란 인물은 당시 개그맨 정종철(마빡이 분)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는 약간의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로 알려졌는데, 풍물이 울리면 신이 나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놀아 마을주민들을 웃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병으로 죽자 그를 기리기 위해 ‘최돌이 인형’을 만들어 논 것이 지금의 ‘꼭두놀이 제머리마빡’이 된 것이다.

이 꼭두놀이는 전쟁과 근대화를 거치며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 2007년 목계문화제가 개최되면서 이 지역에 거주하는 변종근씨(73)에 의해 전수되고 있다. 3대째 마빡이 인형을 만들고 있다는 변씨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오동나무나 은행나무를 재료로 끌과 망치만을 사용해 독창적인 꼭두인형을 만들어 낸다. 인형의 손발에는 끈이 달려있는데 잡아당기면 제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가관이다. 누구라도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변씨는 지금까지 14개의 꼭두인형을 만들어 왔다. 인형 1개를 만드는데 밤낮으로 하면 일주일, 낮으로만 하면 15일 소요된다. 인형들은 하나하나 개성이 살아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유쾌하다. 손으로 머리를 때리는 최돌이에서, 발로 머리를 때리는 아낙네, 줄을 당기면 오줌을 내갈기는 도깨비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목계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해 제머리마빡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고증이나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형극 놀이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도 문화재에도 등록되지 못했다. 추진에 있어 사소한 문제들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70이 넘은 변씨는 40이 넘은 아들에게 꼭두인형 제작 기술을 전수할 생각이다. 문화재청, 충북도와 충주시, 학계의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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