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과 거짓말
빈말과 거짓말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4.22 1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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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자 인품이다.  화자의 생각과 지식과 사상과 품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대부분 입을 통해 생성된다.

입이 무거운 사람이 있고, 입이 가벼운 사람이 있다. 말이 앞서는 사람도 있고, 부풀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입만 열면 남을 흉보거나 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을 칭찬하거나 배려의 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힘 있는 말과 향기 나는 말이 있고, 공허한 말과 악취 나는 말도 있다.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도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이면 말에 힘이 없고, 향기도 없다.

이처럼 말의 힘과 향기는 진정성이 담긴 올곧은 정신과 고운 마음에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운동과정에 장인의 부역문제로 공격을 받자 ‘그렇다고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눈물로 호소해 반전에 성공했듯이 말에는 반전의 미학이 있다.

말의 매력과 마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청산유수처럼 말 잘하는 달변가가 있는가 하면, 어눌하기 그지없는 눌변가가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좋은 말의 힘과 가치를 웅변하는 경구이다.

‘침묵은 금이다’란 격언도 있다. 아무리 달변가라 할지라도 말을 많이 하다보면 실언이 나오게 되어 있고, 실언은 자신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므로 말의 남발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세상을 더럽히는 빈말과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 빈말은 실속 없이 헛된 말, 속에 없는 말로 허언(虛言)을 이른다. 유의어로 공언 공수표 공염불 등이 있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하는 말로 식언(飾言)을 이른다. 유의어로 가짓불, 낭설, 대포 등이 있다. 빈말은 정치인들의 공약(空約)과 같다. 헛된 말로 남을 기만했으나 범죄로 단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남을 속이는 것이므로 사기이고 범죄이다.

빈말과 거짓말은 늑대 소년 이야기처럼 불행을 자초한다. 그러므로 빈말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사회는 암울한 사회이며, 불행한 사회이다. 빈말과 거짓말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공동체의 파멸을 부르기 때문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듯, 말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빈말은 빈말을 부르고,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처럼,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지는 눈덩이처럼 빈말과 거짓말은 할수록 커지는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빈말과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인 간에도 그렇거늘 공인들의 말은 두 말할 나위없다. 비록 어눌할지라도 진정성과 사랑이 담긴 말은 살아 움직인다. 참기름 바른 듯 윤기 나는 말보다 오히려 힘이 있고 감동도 있다.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묘약이 된다.

선한 그대여! 우리만은 아무리 삶이 힘들고 따분할지라도 빈말이나 거짓말은 하지 말자. 진실은 남는 것, 빈말과 거짓말로 순간의 위기를 면하려하지도 말자. 남은 생 진실한 말, 배려의 말만하고 산다한들 몇 십 년을 살겠는가?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눈비 오면 오는 대로, 나이 들면 드는 대로 진솔하게 살자.

살다보면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조차 솔직해지자. 세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다. 잘 하려고 해도 부족한 게 많은 게 인간이다. 그러므로 미우면 밉다하고, 싫으면 싫다하고, 좋으면 좋다하자.



왜 미운지, 왜 싫은지를 알면 답이 보일 터. 그래도 부족하면 서로 조금씩 채우며 사는 거다.

이 또한 빈말과 거짓말이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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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찬 2015-04-23 10:34:31
좋은글 감사합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대하며
많은 깨닮음을주는 글이네요
목요편지 항상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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