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고재종
가벼이 보지마라
청둥오리 날아 오르는 일
통통통통, 얼음강 차고 솟는
붉게 언 두 발 보아라
활활활활, 된바람 불 지피는
겨운 날개짓이며
청청청청, 찬 하늘 치받아
푸르게 멍든 대가리 보아라
우습게 보지 마라
청둥오리 날아 오르는 일
그마저 없다면
저 싸늘한 허공을
무엇으로 채우겠느냐
※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을 부러워하곤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몸짓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부러운 시선 뒤엔 하늘을 날아오르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새의 고독한 삶을 놓치고 있음을 시인은 말합니다. 언 두 발로 날아오르며 하늘을 치받아 생긴 청둥오리의 멍든 대가리가 이를 확인시켜줍니다. 온힘을 다한 새의 욕망에서도 중력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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