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만 가는 대동사회
멀어져만 가는 대동사회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5.04.16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예기(禮記)의 예운(禮運)편에 보면 대동사회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즉 큰 도(大道)가 행해지고 어진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이 등용되며, 자기 가족에만 국한하지 않고 노인은 생을 편히 마치고, 젊은이는 일할 수 있으며, 노약자와 병자들이 부양을 받으며, 재물이 땅에 버려지는 것을 미워하지만, 자신만을 위해 갈무리하지 않으며, 힘이 몸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미워하지만 자기만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 부모로 여기지 않게 되고 자기 자식만 자식으로 여기지 않게 되는 세상이라고 말이다.

세월호 비극이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우리’ 라는 공동체 내지 집단의식이 사라지고 나만을 위한, “나 아니면 되지 뭐”식으로 팽배해진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 때문에 길이 146m, 폭 22m, 무게 6825톤의 그 엄청난 배가 침몰했다.

중국 청조 후기의 정치가 캉유웨이(康有爲)는 대동사회를 꿈꾸면서 지은 <대동서>에서 대동사회를 방해하는 요인이 바로 이기심이라고 보고 이기심을 타파하려 가족제도의 폐지까지 언급한다.

허나 세상은 이러한 과격한 시도는 커녕 미국의 자본주의가 심대하게 영향을 미쳐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는 신생 개발국가 대한민국에 경제적 부를 갖다 주었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과거 국민 대다수의 행복의 밑바탕이 되었던 공동체 의식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아파트가 싫고 자연을 좀 더 가까이하고 싶어서이다. 20여 채가 모여 살고 있는데 마을 형성 초기엔 서로 협조적이고 상호 의존적으로 나와 살기가 좋았었다.

사실 알게 모르게 도둑이 들든 마을 공동의 애로사항이 생기든 이를 처리할 공동의 이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호 인지했기 때문일 수가 있다. 사실이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도 이렇게 이웃사촌이 필요하고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서로 이기주의가 점차로 나타나 보안장치도 각자 설치하고 필요한 텃밭 농사 정보나 도구도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면서 개인주의가 나타났고 아파트생활과 별 다를 게 없게 되었다. 세상살이의 편리함이 개인주의를 팽창시켜 버린 것이다.

세월호 비극을 겪고 난 이후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서서히 놓고 있다. 진짜 비극적인 일은 희망 자체를 놓는 일인데 말이다. ‘우리’는 있는가? 작년 세월호 비극이 터지고 치른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아니 현재의 책임회피형 대통령 지지도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에 대한 필자의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미운 것은 대의민주주의 대표들이 아니다. 당하고도 또 찍는 우리 자신이다. 아직도 40% 가까이 되는 지지도라니 기득권의 이기심이 가득한 그들임을 알고도 또 찍는 우리네들. 참으로 힘이 빠지고 빠진다. 가장 슬픈 것은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하려 모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로 이기심을 찾으려 자기 이익의 시간을 내지, 나보다는 모두를 위한 모임에는 모이질 않는다. 필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2015년 현재 필자와 같은 수많은 국민의 희망이 꺾여지고 있다.

국민의 53%가 대한민국이 싫단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인 ‘세월호 비극’의 뒤처리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다고 1주년 날 해외순방을 떠나시는가? 비극을 잊으러 가는 것이리라. 좋다. 그럼 이 사회에 대한 절망을 잃지 않으려 필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다시 본다. 5장의 첫 구절에 천지불인(天地不仁) 즉, 세상은 헤아려 주는 곳이 아니다는 명구의 무서움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