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여, 세월호여
세월이여, 세월호여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4.15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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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다시 4월 16일이 왔다. 

세월은 진도 앞 바다 빠른 물살처럼 흘러, 304명의 푸른 생명들을 앗아갔던 통한의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이고 사회적 상처 또한 아물지 않아 살아남은 승객들도, 가족 잃은 유가족들도, 함께 가슴아파했던 국민들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기가 참으로 민망스럽다.

4.16는 광복이후 최대의 국치일이었고, 잔인한 달 사월의 상징이 되었다. 전 세계인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지켜보는데 세월호는 대책 없이 가라앉았고, 배와 운명을 같이해야할 선장과 선원들은 꽃다운 학생들을 선실에 가두어 놓고 저만 살겠다고 탈출했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대한민국 정부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배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배에 갇힌 목숨하나 구조하지 못했다. 

해경도, 해군도, 해수부도, 안전행정부도 하나같이 위기관리에 속수무책이었다.

세계12대 경제대국, G20 국가 대한민국의 체면과 위상이 무참하게 구겨졌고, 어렵게 쌓아온 국가브랜드도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되돌아보면 세월호 침몰은 참으로 한심한 사건이었다.

배에 승선한 탑승객의 정확한 숫자도 제대로 집계가 안 되었고, 적재된 화물의 무게도 모른 채 운항했다. 

폐선 수준의 낡은 일본 배를 구입하여 돈 좀 더 벌고자 무리한 구조변경을 한 악덕기업과, 이를 묵인하고 승인한 적폐 기관이 합작한 예고된 인재였다.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은 인면수심이었고, 안전행정부는 사건 초기의 집계 혼선으로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가중시켰다. 

1500여억원의 혈세를 투입하여 건조한 구조함 통영함을 무용지물로 만든 방산비리에 할 말을 잃었다. 

국민들은 수치와 분노에 치를 떨었고, 한심한 대한민국에 낙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의연했다. 

한동안 술과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고, 노래방도 삼갔으며,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채 상주처럼 지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좌와 우로 나뉘어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했고, 해법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진영논리로 풀려해 많은 갈등과 파열음을 냈다. 

그 와중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는 이 땅의 한줄기 빛이었고 축복이고 위안이었다. 

그동안 좌고우면하던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나섰다.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까지 그동안 노정되었던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하여 재난사고 없는 안전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국민안전처를 만들고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했다하여 안전이 담보되고 난제들이 풀리는 게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와 지역공동체가 한마음 한 뜻이 되고, 국민 각자가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깨어있을 때 가능성이 열린다.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엔 여와 야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일 수 없다. 

세월호 피해자 보상과 예우에 대하여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와 다른 유사사고와의 형평성 문제로 상처 입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호 문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미래 세대들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므로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안전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희생된 원혼들을 진정으로 위무할 수 있다. 

며칠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오드리 헵번 가족들이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기억의 숲’을 조성하겠다고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대여! 세상엔 이처럼 침몰하지 않는 선한 가치가 있다. 무정세월은 쉼 없이 오고간다. 우리 침몰하지 않는 등짐하나 지고 길 떠나자.

오 세월이여, 세월호여! 부디 안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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