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4.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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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 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 벚꽃이 집니다. 햇살에, 바람에, 비에, 어느 것에 흔들리며 떨어져도 꽃은 아름답습니다. 나무와 가지, 하늘과 허공, 차도와 인도까지 경계를 지워내는 꽃의 잎잎들. 꽃 진 자리도 환합니다. 2014. 4. 16 낙화, 그 슬픔의 경계를 오늘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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