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부엌이야기
심야식당 부엌이야기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5.04.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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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다.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맛집 기행에 그쳤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상황에 따른 요리법이 소개되는 프로그램부터 요리경연을 하는 프로그램까지 매우 다양하다. 요리하는 사람도 일반인, 연예인 할 것 없이 나온다. 물론 그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요리 잘하는 ‘쉐프’들이 나와서 대결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걸까? 얼마 전 신문에서 요즘 남자는 요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기사가 나왔다. 돈도 잘 벌어야 하고 자기계발에도 힘써야 하며, 단단한 몸매 유지는 필수이고, 유머감각도 가져야 하고 게다가 요리도 잘해야만 한다. 가혹하다. 그럼에도 윤기 자르르하고 멋들어진 쉐프의 요리는 시청자의 눈을 매혹시킨다. 당장 나를 위해 누군가가 저 요리를 해줬으면 좋겠고 그게 안된다면 전화기를 붙들고 시키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맛있고 건강에 좋은 요리가 ‘핫’한 아이템으로 금방 스쳐 지나갈 줄 알았으나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텔레비전에는 맛있는 요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요리 블로거는 인기 만발이다. 시대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에 레시피를 따라서 해보기도 한다. 요리와 음식이라는 것이 늘 남의 일이고, 혹은 엄마의 일이거나 흔한 일상 속 하나의 일이라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나에게도 지금은 큰 재미와 이슈거리가 되었다.

요리책 같지 않은 요리책을 읽었다. 같은 이름의 만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인기가 있었던 ‘심야식당’의 그 뒷이야기로 구성된 책이다. 그 만화책에서 담지 못한 요리와 부엌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심야식당 부엌이야기’(호리이 켄이치로 저 ·미우· 2010년)다. 요리라고 부르기 민망한 빨간 비엔나소시지부터 야끼소바까지 다양한 요리의 간단한 요리법에서 음식의 유래까지 들려준다.

요리책 같지 않아도 읽는 내내 군침이 도는 것은 여타 다른 요리책과 같다. 다만 정갈하게 앞치마를 두른 ‘마스터’가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에게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뚝딱뚝딱 만들어주는 그 장면이 눈에 선해서 나도 자정에 그 식당을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겨나게 만드는 책이다.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물이 아닐까? 어떤 음식을 먹을지 정하고, 그 맛을 음미하고 그 시간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만큼 행복하고 사소한 기쁨이 어디 있을까? 때론 귀찮기도 하고 참아야만 하는 순간순간들도 있지만, 달콤한 디저트 한 조각과 구수한 엄마 밥상이 주는 그 행복한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 책은 그런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만들게 해주는 책이다. 거창한 요리일 필요는 없다. 나만을 위한 한 그릇의 ‘무엇’이 그립고 그리워지는 책이다. 나만의 음식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런 소울푸드를 마음 편히 먹을 수 있고 그 시간을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다. 그런 공간을 찾아 꼭꼭 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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