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와 정경유착
성완종 리스트와 정경유착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4.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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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한 장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인사 8명의 이름과 돈의 액수가 적혀 있어서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허태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 친박계 핵심인사인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가 그들이다.

이와 관련된 녹취록들도 언론과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어서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쓰나미를 일으키고 세상을 뜬 성완종은 우리 사회에 신화적 존재였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 학력으로 자수성가한 충청권의 명망 있는 기업인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정관계 마당발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과시해온 인물이었다. 장학재단운영 등 좋은 일도 했으나, 한마디로 정치형 기업가였다.

그런 그가 해외자원개발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북한산 기슭에서 목매 자살했다. 안타깝게도 검찰수사가 그의 생명을 앗아가는 단초가 되었다.

이번 사건이 현 정권의 부정부패척결 기획수사의 부메랑일 수 있지만,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정경유착의 시대적 아픔이자 치부이다. 그러므로 그의 죽음을 미화하거나,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건 온당치 않다.

성완종이 살아서 양심고백하고 비리를 증거했더라면 환부를 도려내기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무튼 성완종이 돈을 주었다고 한 시점이 대부분 대통령후보 경선 때이니, 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이나 정당대표 선출 이면에 검은 돈이 존재함을 웅변하고 있다.

성완종 뿐만 아니라 경선 때 보험 든 기업인들이 적잖이 있을 터, 이를 공론화해 환부를 도려내는 국가적 결단이 있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정경유착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낳고 약육강식을 심화시킨다. 그러므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사정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전.현직 비서실장과 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친박 핵심인사들이 연루되어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므로 정권차원에서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언론과 종교와 NGO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선거문화는 많이 깨끗해졌고 성숙해졌다. 후보자나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에게 돈을 쓸 수도 받을 수도 없게 제도화됐고 감시의 장치도 잘 마련되어 있어서다.

문제는 정당의 경선시스템이다.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 속성상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구조인데, 별도의 제동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인과 미래 권력들이 결탁할 수밖에 없다.

돈을 준 기업인은 미래 권력에게 어떤 형태로든 성공보수를 받으려 할 테이고, 이 과정에서 서운한 대접을 받으면 폭로하거나, 다음 정권의 보복수사로 덜미를 잡히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비리에서 보듯,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차지다.

성완종의 비극도 결국 이런 잘못된 먹이사슬에서 비롯됐다.

성완종 리스트는 많은 것을 시사하지만, 검찰이 전 방위로 수사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연루인물이 더 나올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망자는 말이 없으므로 특검을 하던, 검찰이 수사하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지금 여야 정치권이 할 일은 대통령후보 경선자금의 출처와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잘못이 있으면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그런 후 여야 정치권은 경선의 문제점을 혁신하고,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게 바로 시대정신이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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