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자체가 뜬 물거품이라면
사람 자체가 뜬 물거품이라면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4.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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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서른두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25장 낙보 화상(普和尙)의 부구가, 뜬 물거품의 노래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구름 낀 하늘에 비가 마당 물에 떨어지매/ 물 위에 뜨고 떠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 보이네./ 앞의 것은 사라지고 뒤 것이 생겨서/ 전후가 서로 계속하여 다함이 없네.

밖으로는 투명하고 속은 텅 비어서/ 안팎이 영롱하여 보배구슬 같네./ 맑은 파도 적에는 있는 것 같더니/ 변동될 적에는 또 없는 것 같네.

있고 없고 움직이고 고요한 일을 밝히기 어려우니/ 모양 없는 가운데 모양 있는 것이네./ 거품이 물에서 나오는 것만 알고/ 물이 또한 거품에서 생긴 줄 어찌 알랴?

방편으로 거품과 물을 나의 몸에 비유하나니/ 오온이 헛되이 모여 사람을 가설하였네./ 오온이 비고 물거품 진실 아님을 통달하면/ 본래의 참됨을 능히 밝게 보리라.

낙보 화상이 부구에 대한 것을 노래처럼 詩體로 지은 글이다.

부구, 뜬 물거품이란 물 위에 고무풍선 같은 물방울이 작게 또는 크게 생긴 것을 말하는데 우리 중생들의 오온이 부구와 같다는 것을 밝히려고 부구가를 읊은 것 아니겠는가.

물이 바로 거품이 되다니 물속에 바람이 들어가서 둥글둥글하게 되면 거품이 되고 바람이 불어서 거품이 사라지면 다시 물이 된단다.

전변(轉變)은 바뀐다는 것이다.

天有不測之風雨, 측량하기 어려운 바람과 비가 하늘에 있는 것처럼 물이 되었다가 거품이 되고 거품이 되었다가 다시 또 물이 되는 사실을 알기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이겠다.

처음에는 거품이란 모양이 없었는데 또 거품이란 모양이 생긴다. 그런데 거품이 물에서 나온 것만 알고 물이 거품으로부터 생기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것이나 똑같지 아니한가.

5온(蘊)은 色, 愛, 想, 行, 識이다. 色은 물질이고 愛, 想, 行, 識은 정신이란다.

그 물질과 정신,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사람이 헛되이 가설된 것. 사람 자체가 물거품같이 5온 이란 것 아닐는지.

이는 인간의 뇌에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기억이나 감정 등 모든 뇌기능이 서로 연결된 형태에 따라 좌우되니 복잡 미묘하다는 것이겠다. 이것들의 어디가 연결됐는지 찾는 신경세포 몇백 개에 대한 뇌 지도를 만드는데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것이다.

즉 낙보 화상의 詩體 ‘있고 없고 움직이고 고요한 일을 밝히기 어려우니’처럼 이는 부구만 부구가 아니라 우리 사람들도 부구라는 것이다. 허공이 大覺(대각) 가운데 나왔고 5온이 물에서 거품같이 나온다는 것을 곰곰이 곱씹어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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